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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나라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여행기나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직접 가서 내눈으로 보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모든 것을 입맛대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추진하는 자유여행은 아직도 무섭기만 하다.^^ 언어 능력이 딸린다는 핑계가 아주 잘 먹힌다. 나 스스로에게도...ㅠ.ㅠ

그래서 여행사 몇 곳의 상품들을 비교하고 너무 헐한 곳들은 제거하면서 골라나갔다. 발칸반도의 5개국은 이미 다녀온 지라 중복되는 상품도 제거. 그렇게 세 나라를 담은 상품으로 정하고 눈치를 보다는 일단 예약을 하였다. 바로 예약금을 달라길래 원하는 대로 하였다.

두어 달 넘게 해당 국가들의 자료를 담은 사이트들을 검색하면서 정보를 모아갔다. 그런데 변덕이라는 것이 갑자기 찾아왔다. 구글지도 위를 마우스를 사용하여 여행하다가 동유럽에서 지중해로 내려와버렸다. 여러 해 전에 '지오트립'에서 마련했던 상품이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 사정으로 인해 참여하질 못했던 것이 기억나버렸다. 재정 권한을 쥐고 있는 옆지기와 상의를 간단히 마치고 마음에 드는 상품으로 갈아탔다. 이미 예약했던 여행사의 상품은 취소했다. 취소 사유를 묻길래 "지인들이 다른 곳을 함께 가자."고 한다고 해버렸다.

그리고는 책장에서 잠자고 있던 『서양문명의 역사』를 꺼내 그리스 편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양 문명이 시작된 원류, 신화와 역사가 뒤섞여 있는 나라인 그리스를 찾아갔다. 신들의 대장 제우스와 그 일족들의 나라를 방문하었다.

그리스는 오고가는 비행기에서 1박씩을 소모해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있는 나라이다. 하여 '11박14일' 상품이 되시겠다. "그리스 전국일주"인 예정 코스를 직접 구글 지도에 만들어보았다. 아테네와 크레타에서 2박씩을 하며, 그리스 국내선 비행 3회, 페리 이동 1회를 하는 코스였다.

 

그런데 지도를 만들고 보았더니 여행사에서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 지도에서 '산토리니'의 위치가 상당히 어긋난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섬이 많은 그리스의 안내자료를 만들면서 에게 해의 아무 곳이나 찍어서 산토리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되길래 여러 여행사에서 디자인한 그리스 여행상품의 지도들을 찾아 비교해보았다. 상당수 여행사 자료에서 산토리니 위치가 틀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ㅎㅎㅎ

재밌는 것은 이번에 예약한 여행사의 안내자료로 과거에 사용했던 지도 이미지가 구글에 떠다니고 있는데, 그 지도에서는 위치가 제대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별로 나아보이지도 않는데 왜 바꾸었을까? 굳이 여행사 사이트의 '고객문의'를 통해 오류 수정을 부탁했는데, 돌아온 답지에서는 수정 의지를 찾을 수 없었다. 핫핫핫!

 


 

해외 여행을 별로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출발 날짜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별로 설렌다는 느낌이 들질 않았다. 분명히 필요한 것이 있을 것인데도 짐을 꾸리는 것도 설렁설렁이었고, 출발 전날에야 가방을 꺼내놓고 채우기 시작했다. 아! '트래블 월렛'이라는 카드를 미리 신청하기는 했다. 그리고 "컨택리스" 사용법도 숙지했다.^^

2024년 5월 14일 출발날짜는 다가왔고, 오후 4시경에 집을 나섰다. 카카오택시 라는 앱을 통해 호출하여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달려갔다. 집에서 묵고 있는 아드님이 운전면허가 있는데, 소심하여 차에 손을 못대고 있다. '남들은 이럴 때 공항까지 태워다주고 그런다'는데, 우리집 귀하신 분은 도움이 안된다. 여행사에서 요구한 시간보다 한참이나 일찍 공항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도 마친 다음에 여행사 부쓰를 찾아갔다. 안내를 받고 자료를 챙겨 체크인을 하러 갔다.

일찍 와도 너무 일찍 와버렸다. 항공사 직원들이 일을 안하고 있다. 가방만 밀어놓았는데, 가방도 쫓겨났다.ㅠ.ㅠ

체크인을 하는데 드론이 있으면 직원에게 신고하라는 표시가 있어 이실직고 했더니 드론에서 배터리를 분리하여 따라 수화물로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 의아했지만 시키는대로...

 

그리고는 두바이 공항까지 6,735km를 9시간 반에 걸쳐 날아갔다. 최고 고도는 11km가 넘었었다. 비행기 외부 기온이 -50 아래였었는데, 영상 30도로 솟구쳤다. 밖에 나가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다가 환승하였다.

 

두바이에서 페르시아 만을 지나 아테네 공항으로 3,274km를 4시간 반만에 날아갔다.

 

아테네에 5월 15일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마치고 4시 20분에 버스 탑승, 코린트로 달렸다.

 

그리스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하이패스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오후 5시 40분. 코린트 운하에 도착했다. 다리를 통해 코린트 운하를 걸어서 건넜다. 아주 좁은 운하, 지협이다. 코린토스 운하라고도 불린다. 기반암이 석회암으로 쉽게 붕괴되어 매년 보수를 위해 많은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는 소식.

코린토 지협을 건너는 '아주 옛날 다리'.

BC605년 즈음에 이미 코린토스의 독재자인 페리 안드로스 참주에 의해 운하 건설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 당시 기술로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했다.^^ 인력을 통해 배를 통째로 옮기는 '디올코스'라는 길을 만들었던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우회했을 때보다 이오니아 해와 에게 해 사이의 거리가 700km나 단축되니 시도해볼 만한 것이었을 것이다. 수에즈 운하를 건설했던 인력에 의해 다이너마이트의 은덕에 힘입어 1893년에 이 운하가 완공되면서 '펠로폰네소스 반도'는 "펠로폰네소스 섬"이 되어 버렸다.^^

 

코린토 지협을 건너는 '舊다리'와 멀리 새로 건설된 '新다리'가 보인다. 구다리 아랫쪽은 번지 점프대로 이용되는 시설이다.

 

좁은 지협을 연결하는 舊다리가 번지 점프의 명소로 탈바꿈한 것은 교량의 기능에 대한 덤이다. 차량이 이동하는 다리의 아래에 번지점프대가 설치되어 있다. 윗쪽의 다리로 그냥 건너가다 보면 나처럼 못보고 지나칠 수 있다. 나중에서야 이런 사진으로 확인하면서 앗차차! 한다. 미리 공부하고 갔어야 하는데... (아! 난 패키지 여행이었구나..............ㅠ.ㅠ)

 

'新다리'로 가까이 날아가보았다. 고속도로용 다리와 철도용 다리가 나란하게 달린다. 나로니코스 만 방향으로 바라본 전망이다.

 

위에서, 아래에서, 지나가면서......

1893년에 완공된 이 운하는 길이가 6.3km에 이르나 폭이 25m에 불과해 화물선보다는 관광객용 여객선의 통항 위주로 바뀌었다.

 

코린트 운하를 지나 바로 숙소로 향하는 것으로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아테네에서 코린트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해 다시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피곤하지만 코린트 방문 일정을 그냥 오늘 다해 버리자고 하더라. 그리 하라 했다. 그래서 코린트 아크로폴리스 아래 위치한 고대 코린트 유적지를 찾았다.

 

코린트 운하의 좁은 지협을 연결하는 구다리를 건너 고대 코린트 유적지를 방문하였다. 그리고는 숙소로 이동.

 

오후 6시 10분. 코린트 아크로폴리스 아래 위치한 자그마한 박물관을 먼저 방문하였다.

 

박물관 및 유적지 통합 입장료가 8유로이다.

 

卍자 문양이 코린트에서 시작되었다는..... 특이하다.

 

멋진 그림으로 장식된 근사한 도자기들.

 

전형적인 코린트 양식의 주두를 샘플로 전시하고 있다.

 

목과 손이 없는 수많은 동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상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아 공장제 수공업으로 생산되었다고 한다. 대량으로 생산된 몸체의 동상에 머리와 손 부분만 따로 제작하여 부착했다고 한다. 물론 전쟁이나 지진 등에 의해 파괴되어 머리 부분이 없어진 동상들이 있기도 하다.

 

박물관 바로 앞에는 기둥 몇 개만 남은 아폴론 신전의 모습이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BC 6세기경에 태양신 아폴론을 위한 신전으로 건설되었다. 당시에는 기둥이 38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7개만 남아 있다. BC146년 로마군이 침입하여 박살낸 때문이다. 코린트 유적지의 아폴론 신전은 그리스에 남아 있는 신전들 중에서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 다음으로 오래된 것이다.(그런데 이 정도를 '남아 있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그리스에 "남아 있는" 신전들 상태가 다 이러하다.)

 

신전 앞쪽에 위치한 '상가'인 아고라의 흔적.

 

뒤로 돌아 아크로폴리스 꼭대기를 바라본다. 성채의 흔적이 보인다. 3중의 성벽으로 보호되고 있는 방어형 요새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고 한다. 이번 여정에서는 그냥 이렇게 바라보고만 갈 수 밖에 없었다. 아효~ 패키지 여행이란~~~

 

아크로코린토스를 바라 보기만 하고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것임을 알고는 '로만 포럼' 앞에서 모두 실망을 금하지 못하고 있는 일행들.

 

유대인들의 고소로 인해 이곳으로 사도 바울이 잡혀와 당시 총독에게 재판을 받았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성경을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지면서 코린트 혹은 코린토스로 불리는 이곳이 '고린도'라는 이름도 함께 얻게 되었다.

 


강의 신인 아소포스가 아크로코린트를 만든 시지푸스의 부탁을 받아 만들었다는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피레네 샘의 흔적이다. 지금도 물이 새어나오는 곳이 있다고 현지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었다.

 

레카이온 항구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던 도로의 흔적. 도로 옆으로 배수구의 흔적까지 남아 있다. BC146년 로마군의 침입으로 파괴된 것을 BC46년에 로마인들이 재건한 도시의 흔적이다. 

 

레카이온 도로 주변의 복원도를 보면 대단했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521년 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았는데 1858년의 지진으로 또다시 파괴되었다.  그래서 도시를 버리고 북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현재의 코린토스로 도시를 이전하게 되어 고대 도시의 유적지로 남게 되었다. 코린토스 만의 연안에 위치하며 예나 지금이나 교통의 요지이다.

 

호텔 킹 사론. 첫날 숙소였다. '바다 뷰' 객실을 배정받았다.^^  "킹 사론"의 이름을 딴 바다인 '사로니코스 만'의 모습이 아주 잘 보이는 객실이었다.

 

왕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호텔이라 기대를 했다. 이 동네에서는 가장 나은 호텔이지 싶은데, 객실에 물도 안준다. 실망이다.^^ 객실에 슬리퍼도 없더라. 실망이었다.^^

인터넷 중독의 폐해일까? 여행을 다닐 때면 WIFI 연결 지점을 찾고는 했다. 그래서 이제 e-SIM을 통한 데이터 로밍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연결이 안되는 것이었다. 호텔 WIFI로 접속해 업체에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결론은 나의 실수 때문에 안되는 것이었다. e-SIM 사용을 위한 절차대로 수행하여 "무사히" 데이터 로밍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을 하느라 심심하지 않은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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