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를 말발굽 모양이라 하더라. 말발굽 밑에 붙이는 편자 모양인가... 그게 그거군.
(출처: 주크로아티아 대한민국 대사관, 2019 크로아티아 개황)
보통은 국가의 영토가 섬을 제외하면 한 덩어리로 구성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다른 나라의 영토 너머에 자국의 영토가 존재하기도 하는 것을 월경지라고 한다. 이런 월경지는 자국 내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지도의 남쪽 끄트머리를 보면 내륙국가처럼 보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영토의 아주 일부가 아드리아해와 접하고 있는 것이 구별된다. 그로 인해 두브로브니크 일대는 크로아티아의 다른 영토 부분과 분리되어 버렸다. 그래서 크로아티아 본토에서 두브로브니크를 가려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국경을 두번 통과해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펠례샤츠 반도에서 교량이 연결되어 국경통과없이 육로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7세기 무렵에 도시가 형성되면서 도시 국가인 라구사 공화국이 만들어졌다. 9세기부터 발칸과 이탈리아를 상대로 한 무역 중심지로 성장하였는데, 제4차 십자군 전쟁 뒤 베네치아의 지배 하에 있다가 헝가리-크로아티아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 15~16세기에 무역의 전성기를 맞이 했다. 남들은 전쟁을 할 때 이들은 교역을 했다. 많은 나라들과 중개무역협정을 맺고 교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16세기 중엽에 대형선박을 180척 이상 소유하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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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깃발을 배에 달고 다니면서 교역을 했다고 한다. LIBERTAS가 '자유'라는 뜻이라네. 아드리아 해에서 베네치아와 경쟁을 하며 잘 나갔었는데 1667년 4월 6일에 대지진을 겪으면서 쇠퇴기로 접어든다. 당시 지진으로 5천 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국력이 약화되자 외부에 의존하고자 했고, 기댄 상대가 오스만 제국이었다. 호시탐탐 자신들을 노리고 달려드는 베네치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기 위해 해당 지역의 땅덩어리를 조금 떼어 오스만 제국에 상납하고 보호를 요청한 것이다. 그 지역이 오늘날의 "네움 Neum"이었다. 헌데 오스만이 망하면서 그 땅을 보스니아가 차지하게 되었고 자신들이 멀리하고 했던 베네치아가 차지했던 지역은 자신들과 같은 크로아티아가 되면서 월경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네움 일대의 해안선은 12마일, 20km가 조금 안되는 정도이다. 크로아티아에서 국경선을 두번 통과하면서 신호등 두번 통과하면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다. 사실상 별로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를 지나다는 것이 불편했는지 펠예샤츠 반도를 육로로 통과하여 자국의 영토와 다리를 연결해버렸다.
2023년 6월 16일은 이러한 나라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니크를 방문하는 날이다.
빨리 두브로브니크를 가고 싶은 아줌마는 열지도 않은 식당에 나와 빨리 밥달라고 재촉하더라...
간단하고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는다. 오늘도 국경을 넘는 날이다. 빵이 맛있더라...
몬테네그로의 헤르체그노비에 위치한 숙소를 출발하여 두 나라의 세관을 통과,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면 된다. 약 75km, 금방이다.
8시에 출발하여 코토르 만을 벗어난다. 아디오스~~
그냥 스스륵 통과한다. 몬테네그로 CRNA GORA 안녕~
크로아티아로 입국하는 버스 여행객들. 몬테네그로에서는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별로 신경 안쓴듯한 인상인데, 크로아티아는 신경 써준다. 그래서 오래 걸린다.ㅠ.ㅠ
하여튼 두브로브니크가 버스 창 밖으로 보이니 되었다. 에게~~ 코딱지 만하다.
두브로브니크 속으로 들어가 살펴보기 전에 조금 떨어져서 보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코토르에서는 뒷산의 성벽을 걸어 올라갔지만, 두브로브니크의 뒷산은 좀 높아서 승합차를 대여하여 탑승하도록 예약했다. 그 승합차들을 만나서 약속된 뽀인트로 달려갔다.
약속된 뽀인트는 두브로브니크를 지나 두브로브니크 신항과 신시가지를 지나 새로 만든 다리를 건너서 위치한 주차 공간이었다. 두브로브니크는 길이 좁아 버스 주차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아마도...
다리 이름은 Dr. Franjo Summer Time Tuđman Bridge, 크로아티아 자체 기술로 만든 것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한 518m의 다리이다. 자부심 덩어리라서 크로아티아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다리에 붙여 놓았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어야 할 승합차 팀이 없다. 오지도 않는다. 왜 안오는지 걱정이 태산인 여행객...
약속 장소를 승합차 팀이 바꾸었단다. 바꾸고는 연락을 할 때까지 연락을 하지 않는 매너. 두브로브니크로 달려 갔다. 서둘러 하차하여 길가에 기다리던 승합차들에 막 분승한다. 그렇게 탑승하고 좁은 길을 무섭게 달려 두브로브니크의 뒷산인 스르지 산을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아래 지도에 표시된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있다. 지그재그 9번이면 된다. 트라이~~
산 정상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케이블카로도 올라갈 수 있다. 카페도 있고, 상점도 있고, 십자가도 있고...
최고급 대리석인 브라치 섬의 대리석으로 만든 커다란 십자가이다. 1991년 내전 때 부서진 것을 다시 기증받아 만든 것이라 하더라.
지나가던 사람들이 손잡았네......
지나가다 손잡은 기념선물로 버기카 한 대~~
우리팀이 이용했던 승합차. 번호판 좋다. 비가 내렸다.
하산하여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즉 성벽 내부 투어를 시작했다. 세 개의 출입구가 있다. 필레, 부자, 플로체 게이트. 부자 게이트로 입장했다.
두브로브니크는 바닷가의 평지에 만들어진 성이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스르지 산의 경사를 따라 내려오다가 다시 바다 방향은 고도가 높아진다. 서쪽의 필레 게이트에서 입장하여 동쪽으로 이어지는 두브로브니크의 번화가인 스트라둔(플라차) 거리가 가장 저지대를 이루고 남쪽과 북쪽으로 고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이동할 때는 상당히 경사가 급한 계단을 만나게 된다.(사진은 내일 로브리예낙 요새에 올라가서 찍은 것이다. 멀티버스다...)
북쪽에서 부자 Buza 게이트를 통해 두브로브니크로 스며드는 일행들.
급경사의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조심하면서 내려가야 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왼쪽에 있는 드래곤의 굴 속으로 빠질 수 있다. 아... 왕좌의 게임 관련 기념품들 좀 사오는 것인데...ㅠ.ㅠ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을 모신 성 블라호 성당을 보면서 지나간다.
라구사 공화국 시절의 유명한 바로크 시인인 이반 군둘리치 동상도 그냥 지나간다.
유명한 예수회 계단도 그냥 부지런히 걸어서 올라간다.
그냥 쭈욱 달려온 이유는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감자를 밑에 깔고 구운 오징어를 올렸다. 좀 짜지만 맛있다.
두브로브니크를 한 바퀴 돌아가는 1,940m의 성벽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성 마가렛 성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식당이다.
뱃속에 오징어가 좀 들어갔으니 힘차게 움직여본다.
성모 마리아 승천 대성당이다.
12~14세기에 만들어졌던 이전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이 1667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 18세기초에 다시 만든 것이다. 3차 십자군 원정으로부터 돌아가는 길에 로크룸 섬에 조난 되었다가 1192년 목숨을 구한 영국의 사자심왕 리차드가 봉헌예물로 기부한 돈으로 지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승천하는 성화가 모셔져 있다.
대성당 맞은편 위치한 멋진 렉터 궁전이다. 고딕-르네상스 양식인데, 수차례의 리모델링을 거친 결과물이다.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의 최고위 자리에는 세 개의 위원회와 렉터라 불리는 영주가 자리했다. 렉터는 한 달 간만 재임할 수 있었고 위원회의 모든 위원들이 같은 권리를 갖고 있었다. 한달 동안만 통치권을 가진 렉터는 공적인 목적이 아니면 궁전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궁전에서 생활할 때는 가족과 헤어져 혼자 입대.... 아니 입궁해야 했다고 한다. 딴 생각하지 말고 일에 쳐죽으.... 아니 일만 하라고.
렉터 궁전에는 동상이 단 하나만 있다. 로푸드 출신의 부유한 뱃사람이이었던 미호 쁘라짜트가 많은 재물을 기부하였기에 그의 청동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다.
렉터 궁전의 아름다운 아트리움.
두브로브니크는 해상 무역을 통해 성장한 도시국가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업무도 무역이었으므로 렉터궁전은 항구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올드 포트의 모습. 맞은 편의 바닷가 보이는 주황색 지붕의 건물들이 그 유명한 전염병 격리 병원이다. 40일간 격리를 하면서 무사한지 확인했기에 Quarantine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성 블라호 성당 앞의 공간이 루쟈 광장이다. 그 광장의 한 복판에 예쁜 아저씨 오를란도(롤랑)가 칼을 들고 서 있다가 철망에 갇혀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함부로 칼을 휘둘렀을까?
사식이라도 넣어줄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오를란도 조각상의 상태가 안좋다. 지진의 후유증일까, 내전 때 날아와 터진 폭탄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여기저기 금이 가 있다.
북유럽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중세기사 롤랑이 어찌 고딕양식의 기둥과 함께 이곳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설따라.... 왔다. 조각상이 설치된 위치가 자주 이동되었고, 1825년 바람에 쓰러져 50년 이상 창고에 숨어 있기도 했다. 그의 오른손 팔꿈치 길이가 길이 측정의 기준으로 이용되었다 한다. 소위 '두브로브니크의 팔꿈치'라고 하면 51.2cm에 해당한다.
시청 건물의 1층은 식당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어.... 스폰자 궁전은 수리중이다.
이렇게 생긴 건물이다. 멋진 건물이다. 두브로브니크의 가장 중요한 장인이었던 파스코예 밀리쳬비치가 설계한 것이다.
(출처: 문화예술의 도시 두브로브니크, 60쪽)
수리 중이라도 내부 관람을 일부 가능했다.
고딕-르네상스 양식의 짬뽕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공화국 시절에는 세관 사무실과 창고로 이용되었었다. 세관 이외에 정부의 조폐국, 은행, 재무국과 금고, 무기고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두브로브니크의 가장 큰 번화가인 플자짜 거리. 비가 온다. 6월 지중해에 비라니.... 비가 내린다니....
어...
필레 Pile 게이트 앞에는 오노프리예 대분수가 설치되어 있다. 위에 개가 한마리 올라가서 지키고 있다.
분수 위에 개, 개 위에 비둘기.
1438년 나폴리의 건축가였던 오느프리오 델라 까바가 만들었다. 12km 떨어진 두브로브니크 강에 있는 수원지에서 도시 안으로 물을 끌어와 만든 것이다. 얼굴 모형 부조품이 16개 있고, 그 입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나오다 안나오다 한다.
필레 게이트 내부 왼쪽에 위치한 프란시스코 수도원이다. 14세기 초에 만들어진 수도원인데 문은 15세기에 만들어졌다.
건물 내부는 열주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둥의 윗쪽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부조물로 장식되어 있다.
수도원은 1317년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약국으로 유명하다. 그 비법 문서.
한 페이지를 몰래 펼쳐 필사해왔다.
프란시스코 수도원까지 공동의 시간이었고, 이제 개별적인 자유 시간이다. 왕좌의 게임 속으로 달려왔다.
입맛만 다시고 돌아선다. 기념품 구매권이 없다. 내게 자유를!! LIBERTAS!!!
"세상의 그 어떤 보물도 자유와는 바꿀 수 없다."
내전 당시 주로 세르비아 인으로 구성된 유고 정부군은 두브로브니크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당시에 공격받은 상황을 지도에 표시해두었다. 이렇게 소중한 UNESCO 유산이 무식하게 공격받아 파괴되자 많은 지식인들이 두브로브니크로 달려와 인간방패 역할을 해주었다. 그들을 '두브로브니크의 친구들'이라 한다. 그 때의 구호를 각국 언어로 기록해두고 있다.
'자유' 시간에 사랑하는 계단도 즐기고, 오느프리예 대분수의 물을 생수병에 담아간다.
플라체 Place 게이트를 나가면 두브로브니크의 모형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격리병원으로 사용되었던 곳도 방문해보았다. 지금은 문화센터, 극장,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많이 보이는 꽃, 부겐베리아 Bougainvillea.
다시 플라차 거리로 들어와 자유를 즐기다가....
쇼핑이라는 것도 해보았다. 기념품 한 점과 "문화와 예술의 도시 두브로브니크"라는 한글판 책자 한 권. 70.03유로.
서문에 해당하는 필레 게이트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문의 윗쪽에는 두브로브니크의 수호 성인인 성 블라호의 부조물로 장식되어 있다.
자유시간을 마치고 모두 모여 오늘의 숙소로 걸어간다. 숙소가 필레 게이트 인근에 위치한다. 근사한 숙소이다.
저녁 식사는 필레 게이트 바로 옆인 이곳에서... 포사트 레스토랑.
최고다. 맛있다.
필레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광장을 장식하는 판과 님프의 동상을 올린 Amerling 분수대를 구경하고, 내일 꼭 가보자는 약속을 로브리예낙 요새와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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