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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30일 일요일이다. 원래는 오늘 귀가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민둥산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부근에 숙소를 잡고 하루 쉰 다음 새벽에 발구덕마을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하지 않았던 일정을 찾아 추가했다. 무건리의 이끼폭포가 유명한데,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깨끗한 자연의 모습이 수많은 진상들에 의해 망가지지 않게 하려는 자연의 배려일지도 모르겠다.ㅎㅎ

무릎이 좋지 않아 설설기는 옆지기의 동의를 얻어 방문하기로 했다. 물론 옆지기는 이끼폭포를 검색하여 어느 정도 힘든지 인지한 상태였다. 호산항의 숙소에서 출발하여 신리 너와마을을 거쳐 무건리로 향했다. 아침은 먹지 않은 상태였다.ㅠ.ㅠ

 

8시26분. 원덕읍의 천년학 힐링타운을 방문하였다. 눈앞에 구름이 흘러가고 있어 금방이라도 두루미가 내려 앉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만날 수 있으며 무료로 대여해주는 자전거를 타고 넓은 부지를 이동하면서 오롯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소개 자료를 보고 방문하였으나 문은 닫혀 있고, 아무도 없더라.

 

9시. 깨끗하고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버들치, 산천어 등이 서식하는 청정계곡인 덕풍계곡의 모습이다. 사람이 아무도 안보여 진짜로 청정계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다가오는 고양이 두 마리로 인해 도망쳐야 했다. 옆지기가 고양이를 너무 너무 무서워하기에...

 

9시 20분. 신리 너와마을을 방문하였다. 빈 속에 모닝커피 좀 넣어주었다.

 

머루를 원료로 제조한 와인, 꼬냑, 식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제조한 것이라고 한다. 와인과 식초 한병씩 구입하였다.

 

그리고 도계를 지나 무건리로 이동하였다. 이틀 전 방문했던 미인폭포를 지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멋진 장소 리스트에 포함되었음을 확인하였다.

38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감으로 유명한 고사리에서 빠져 산기길로 접어들어 골짜기로 들어간다.

폐쇄된 갱도가 보이더니 좁은 골짜기와 어울리지 않는 큼지막한 공장 건물이 나타난다. 태영EMC 삼도사업소이다.(아래 사진은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원래 석탄 개발업체인데, 이 광산은 석회석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석회석 광산의 대부분은 노천채굴을 하여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는데, 이곳에서는 터널 채광을 하여 제철용 고품위 석회석을 주로 생산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업체 홈페이지의 석회석 용도 설명이다.

  • 제철용 :
    제철 작업시 고로내에 철광석 및 원료탄과 함께 투입된 석회석은 저온에서 철광석을 용융케함으로 작업시간 및 에너지를 절약하게 합니다. 또한 철광석에 함유되어 있는 불순물 S(황), P(인)등을 제거합니다. 고로내에서 생석회로 되어 SiO2(실리카), Al2O3 (알루미나)등과 결합하고 Slag (슬래그)를 형성하여 탈산작용으로 철의 순도를 높입니다.
  • 제강용 :
    전로나 전기로에서 사용되는 조제재로서 불순물인 SiO2 (실리카), S (황), P(인) 등을 제거하고 Slag (슬래그)를 형성하여 탈산작용으로 철의 순도를 높입니다.
  • 시멘트용 :
    석회석의 실리카, 알루미나, 철 성분을 첨가하여 킬른 (Kiln)에서 1450℃ 정도로 소성하여 클링커(Clinker)를 만들고 석고를 3~5% 첨가한 후 분쇄하여 만듭니다. 시멘트 제조시 석회석은 10% 가량 사용됩니다.

 

의외이다. 시멘트의 경우 석회석을 대부분 사용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10% 정도만 사용된다니... 시멘트의 원료로는 석회석 이외에 규석, 점토, 산화철, 석고 등이 사용된다고 한다.

 

10시30분.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생태탐방로 안내자료.

 

이끼폭포까지 3km 거리 표지를 믿었다. 아니다. 왕복 7.3km였다. 임도의 거리만 그 정도인 듯 하다.

10시 40분. 오른쪽의 생태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쭈욱 올라가면 된다. 계속 쭈욱~ 쭈~~~~~~~욱~~~~~~~~~

 

시멘트 포장도로의 경사가 꽤 아름답다.ㅠ.ㅠ

 

벌통 구경도 하고...

 

고사리에 유명하다는 감나무도 구경하면서 올라간다.

 

중간에 마련된 게시판에 누군가 남긴 문구가 가슴에 확 와닿는다.

 

사정없는 경사로이다.

 

연기가 나오는 곳인줄 알았더니 지하 광산의 환기구라고 한다. 수증기가 생긴 것...

 

11시. 이정표가 처음 나타났다. 

 

이제 완경사의 비포장 임도가 안개속으로 이어진다.

 

골짜기 건너편의 봉우리가 구름 속에서 살짝 드러난다. 두타산?

 

우산을 스틱 삼아 옆지기가 씩씩하게 잘 달려간다.

 

꽈배기 소나무.

 

약수함이다. 마신 다음에 문을 꼭 닫아두어야 다음 사람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까지 약 3km가 임도로 이어진다.

 

11시 45분. 이곳부터는 계곡의  아래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다.

 

무건분교 옛터 안내문. 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0년이나 지났으니...

 

데크길이 이어진다. 상당한 급경사이다. 400개 쯤 세다가 정신 나가서 잊었다. 이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두는 것이 나을 듯...

 

11시 58분. 그렇게 내려가 계단이 끝나는 곳에 전망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암벽에 붙은 이끼 위로 폭포가 내려오고 있다.

 

위로 올라가는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다. 낙석의 위험이 있는 구간이다. 그래서 안전모도 준비되어 있으니 유사시를 대비해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화 '옥자'의 촬영지라는 곳으로 소개되면서 갑자기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끼가 훼손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끼가 있는 바위 위를 밟고 오르고 손을 대면서 많은 이끼가 사라졌다. 오래 전에 촬영된 이끼폭포 사진들과 비교하면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바위가 그냥 드러난 부분이 많은 것이다. 심각하게 훼손된 다음에야 이런 시설들이 만들어졌고, 이끼의 복원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한다.

영화 '옥자'의 예고편 영상을 찾아 캡쳐해보았다.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윗쪽에 폭포가 하나 더 있는 것이 보인다.

 

물이 적은 10월말에 이 정도의 이끼와 이 정도의 물이다. 비가 내려 물이 많을 때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돌아서기 싫지만 셀피 한 장 만들고 발길을 돌린다.

 

저 이끼 위를 오르는 짐승들이 진짜 있는 것일까???

 

이끼폭포를 다시 한번 눈에 새기면서 돌아선다.

 

이런!!! 계단이다!!!!!!!

 

하산하면서 보니 곳곳에 사람이 사는 혹은 살았던 흔적들이 있었더라.

 

이런 돌무더기도 올라갈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2.5km 남았다는 이정표 바로 옆에 있었는데, 남은 길만 쳐다보느라 눈길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왜 쌓아놓았을까??

 

오후 1시 반에 하산 완료하였다. 7.3km 이동, 530m 만큼 올라갔었다고 램블러가 전한다.

 

아침도 못먹고 올라갔던 길이라 매우 허기진 상태였다. 폭포에서 만나 사진찍어드렸던 분이 오시더니 이곳이 곳감으로 유명하다며 두개를 나눠주신다. 감사~ 압도적 감사~~

 

2시. 도계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물닭갈비 전문. 사리 추가에 볶음밥까지 닥닥 긁어먹었다.

 

배가 부르니 이제 또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음 일정이 생각났다.

역시 먹어야 하는 세상이다.ㅎㅎ

출발지점과 도착지점 모두 급경사 구간을 포함하고 있어 걷기에 자신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 힘든 여정이 될 수 있겠지만 다녀오고나면 후회하지 않을 여행지라고 생각된다. 멋진 곳이었다. 무건리 이끼폭포. 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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