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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훈부라고 오랫동안 불리고 있는 안양천변의 작은 마을이 이제는 행정동이 석수동에서 분리되어 '충훈동'이 되었다.

2024년 11월 24일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실로 오랜만에 동네 뒷산을 올랐다. 이름이 '꽃메산'이라 하더라. 어린 시절에는 그냥 이름도 모르는 뒷산이었는데, 이제 그러한 그럴 듯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네이버지도에서는 꽃메산이라는 이름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지도에는 제대로 반영되어 표출되고 있다.

 

카카오지도에서 충훈동 일대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와룡산', '꽃메산' 등의 산이름이 잘 보인다. 네이버지도에서는 안보이는데, 카카오지도에서는 아주 잘 보인다. 글자가 좀 작기는 하지만 보이긴 보인다.

 

베이스맵을 OpenStreetMap으로 바꾸어주니 안양천변의 평지와 산지가 시각적으로 잘 구별된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불러와 그시절 불리던 마을 이름을 표시해보았다.^^

 

그시절에는 그렇게도 높게만 보였던 그 '뒷산'이 이제는 아파트, 상가 건물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이다.

 

동네사람들이 많이 찾질 않는 것일까, 등산로 초입에 낙엽이 잔뜩 쌓여 뚜렷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낙엽이 떨어져 그래도 나무들 사이로 길이 보인다

 

수다를 떨면서 걸음을 옮기는 등반객들.

 

마을을 내려다보곤 했던 봉우리 위에 누군가 돌탑을 쌓아놓았다.

 

돌탑 옆에서 인증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연다.

 

'꽃메산'은 그냥 야트막한 동산이었다. 왼쪽에는 '와룡산'. 와룡산과 꽃메산 사이의 빌라 단지 부분이 그 옛날 충훈부의 '웃말'이 위치했던 곳이다. 그 앞쪽의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은 모두 논이었고...^^

 

'웃말'이 있던 곳. 우리집도 저기 어디 있었는데...ㅎㅎㅎ

 

논농사가 이루어지던 곳에 아이파크 아파트...

 

하늘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다.

 

아파트 단지와 안양천 사이에는 다세대 주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2월달에  파노라마 사진으로 충훈부의 전경을 담아 보았었다. 아무래도 다시 만들어야겠다.

 

11월의 하늘은 맑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그런 것일까. 꽃메산 옆으로 안양천이 지나가는데, 멀리 동쪽으로 관악산의 모습이 깔끔하게 보인다. 좋은 하늘이었다.

 

작은 동네였던 충훈부에 이제는 학교도 셋이나 들어와 있다.

안양천을 건너 광명으로 연결되는 충훈대교 앞에 충훈고등학교가 있다.

 

와룡산 아래 '아랫말'이 있던 곳에는 안양중학교가 이전해왔다.

 

'벌말'이었던 안양천 변에 석수초등학교가 들어왔다. 봄이면 매화꽃, 가을이면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이다.^^

 

하산하면서 보니 꽃메산 중턱 쯤에 뭔가 구조물이 있는 것이 눈에 띤다.

 

밧줄을 따라 가까이 가보았더니 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충훈 대동회에서 산신제를 올리는 장소였다.

 

이곳을 누군가 훼손하려 했을까? CCTV도 설치되어 있다.

 

안양시 충훈동의 꽃메산 등반기였다.^^

 

오늘의 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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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안양. 그 안양시의 북서쪽에 작은 동네가 있었다. 

북쪽에 와룡산, 동쪽에 꽃메산이 위치하고 남쪽으로는 안양천이 흘러 외지와 단절된 작은 동네였다. 옛날 동네 이름이 "충훈부"였다. 고향이다.

 

현재 '행정복지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부분이 "윗말", 안양중학교 일대가 '아랫말', 그리고 충훈부시장 쪽은 '벌말'이라 했었다. 논과 밭이 펼쳐진 전형적인 촌동네, 농촌이었다. "경기도 시흥군 안양읍 신안양3리"라는 지명이 기억난다. "충훈부"라 불리웠던 작은 깡촌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것이 무슨 뜻을 가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안양시청 홈페이지의 지명 유래를 살펴보니, 

충훈부(忠勳府)는 조선 시대 때 국가에 공훈이 많은 공신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으로써, 처음에는 공신도감 충훈사(功臣都鑑 忠勳司) 등으로불리다 세조(世祖) 때에 이르러 충훈부(忠勳府)로 개칭되었다. 당시 충훈부의 관할 토지는 사성리와 우두리, 광화대리(현 광명시 철산동, 광명동)까지였으며, 이 지역을 일반 농민에게 경작하게 하고 도조를 받아서 충훈부를 관리 운영해 오다가 인근에 마을이 형성되게 되었고, 이 마을의 이름을 관청의 명칭을 취해서 충훈부(忠勳府)라고 부르게 되었다.

라고 나온다. 忠勳府라는 관청의 관할 토지 중에서 그 이름을 이어받은 동네인 것 같다. 왜 외곽의 이 작은 마을에 그 이름이 남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참고로 '충훈부'라는 관청이 있던 곳을 찾아보았다. 지금의 안국동사거리 부근이다. '도성대지도'에 그 위치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도성대지도'는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20년에 한정판으로 출판된 바 있다. 위의 '忠勳府' 부분은 43쪽에 수록되어 있다.

 

"안양지역도시기록연구소" 홈페이지에서 귀한 옛날 사진을 발견했다.

(출처: https://anyangbank.tistory.com/66?fbclid=IwAR1eeCs0Q6QNfQjkegY5uNiB3RbzA5py0BeJj1iZfWkyxTksSpmoNaILTaE)

1964년에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망해암에서 서쪽의 경관을 촬영한 것이다. 안양천이 남쪽에서 흘러와 서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안양동, 박달동, 석수동 지역 일대가 거의 농경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진이다. 안양천 주변에 제대로 된 제방이 보이질 않는다. 꽃메산 아래의 작은 마을 충훈부 자락이 살짝 보인다. 경부선 철교와 안양대교는 사진에서 구별되지만 다른 교량은 보이질 않는다.

충훈부에서 박달동을 연결하는 섶다리를 꼬맹이 시절 건너본 기억이 있다. 그러고보니 콘크리트로 된 다리를 만들었는데 교량의 상판만 올리고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너가본 적이 있다. 교량의 옆으로 방호시설이 되어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강한 겨울 바람이 불어와 작은 몸뚱이가 바람에 밀려 다리 아래로 떨어질 뻔 했었다. 호기심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울면서 기어서 교량을 탈출했다.ㅠ.ㅠ


 

그 작은 농촌에서 농부의 자손으로 태어나 농사일을 도우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몰랐으나 점점 자라면서 우리집은 농지를 소유하지 않고도 농사를 짓고 있는 신기한 집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엄청난 소작료를 내면서 고생하던 집안이었다. 그러다가 '농협'의 은혜로 많은 대출을 받아 목장으로 전업했었다. 그리고는 그 유명한 "전경환 소파동"의 충격을 제대로 얻어맞아 쫄딱 망했고, 농협의 "은혜"는 그대로.....ㅠ.ㅠ

1980년대의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동네 전체가 택지로 개발되었다. 꽃메산 아래 있던 작은 집을 털어 그동안 농사지으며 도움을 받았던 농협 부채를 갚고 남은 자금으로 벌말 일대에 조성된 빌라촌의 작은 방을 구해 거주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이 현재의 "충훈부" 모습이다.사진의 오른쪽의 '석수초등학교'와 아파트 뒷편에 위치한 산이 '꽃메산'이라는데, 자랄 때는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멀리 보이는 '안양중학교' 뒷편의 산이 '와룡산'이란다. 그 너머로 보이는 산은 '석수산'이다. 와룡산의 서쪽 끄트머리 부분에 또 하나의 학교가 있다. '충훈고등학교'이다. 그때 그시절에는 모두 멀리 있는 학교를 다녀야 했는데(^^) 지금은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동네에 들어와 있다.

와룡산과 꽃메산 사이의 고갯길을 넘어 석수산 아래의 군부대 옆을 지나 '삼성국민학교'까지 통학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삼성국민학교 앞으로 지나는 1번 국도가 확장되면서 차량 통행이 갑작스럽게 증가했고 동네친구 하나가 교통 사고를 당했다. 여러 달을 입원해야 했던 그 친구는 결국 1년 늦게 졸업하게 된다. 이 사고 이후 동네 학부형들의 집단 민원을 통해 통행 조건이 보다 양호했던 '만안국민학교'로 동네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한다. 4학년에 전학하여 들어간 학급의 내 번호, 72번. 그렇다. 베이비붐 세대였다.^^ 삼성국민학교에서는 교실이 부족해 오전반, 오후반을 번갈아 운영을 했고, 그 정보를 잘못 전달받아 오전반인데 오후반에 등교하곤 했던 기억도 있다.ㅎㅎㅎ

 

많은 추억이 묻어있는 작은 동네, '충훈부'. 안양천의 남쪽은 박달동인데, 대한제지인가 하는 거대한 공장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안양천의 서쪽 건너편에는 '노루페인트' 공장이 아직도 가동하고 있다.

 

농촌이었던 충훈부가 택지로 변모된지 40년이 넘었다. 특히 빌라촌의 건물들에서는 그 '나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고 일단 공영개발로 가닥을 잡은 것 같은데, 재개발을 추진하던 조합도 있었는데.... 어찌 진행될 지는 모르겠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초기에 예정되었던 계획보다는 많이 지체되지 않을까 할 뿐......

 

이 빌라촌이 모두 고층 아파트로 바뀔 예정이란다.

 

충훈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향우회'를 조직했었다. 계속 외지에서 생활하다보니 나는 빠져 있지만 "충훈부 향후회"에서 충훈부에 충훈부의 흔적을 남겨놓았더라.

동네 한복판에 위치한 '꽃메산 어린이공원' 입구의 길가에 위치한다.

 

"충훈부" 표지석이다. 2000년 8월 20일에 건립하였다.

 

뒷면에 건립 기금을 출연한 사람들이 명단이 있다. 아... 아버지......

 

꽃메산 쪽에서 바라본 충훈부의 모습.^^ 아파트에 가려 동네 모습이 다 보이질 않는다. 그 앞의 빌라촌이 어찌 변하게 될 지 궁금하다.

이 작은 동네의 행정구역이 안양시(1973년에 시로 승격) '석수3동'이었는데, 2024년 1월1일부터 '충훈동'으로 행정동 이름의 변경이 있었다. 동네 이곳저곳에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충훈동과 박달동 사이를 흐르는 안양천. 어렸을 적의 놀이터 중의 하나였었다. 수영에 대한 공포심이 깊게 박히게 된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도 수영을 못한다.ㅠ.

 

그냥 육지생물로만 살아가고 있는......

 

 

구글 포토 앱을 통해 사진을 백업시켰더니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합성하여 만들어준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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