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잘생긴 드론 전도사를 한 분 알고 지낸다. 미남이다.
2022년 여름에 사용하시던 귀한 드론, '매빅 2 프로' 기종을 양도받았다. 몇 년 전에 중국의 온라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날기는 하는' 장난감 드론을 구입하여 드론 조종의 기본기는 익힌 바 있었다. 아주 조악한 카메라가 달려 있기는 했으나 바로 고장나서 가까이에서 '시계 비행'을 해야만 했기에 재미가 없어 처분하기는 했지만...
과분한 고성능 드론을 갖게 되어 고민이 많았다. 여러 제한 법규로 인해 드론 비행을 위해 일부러 서울을 벗어나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좀...
지난 10월 초의 연휴 기간 중에 독특한 대규모 사구 지형이 형성되어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우이도 답사를 제안받고 참여하면서 드론을 이용한 뭔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가 "1차" 모임이 되었다.^^
그때 약속한 "2차" 모임이 2023년 11월 15~16일이 있었다. 현직에 계신 분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찾아낸 날짜였다.
출발 전날 배터리들을 모두 완충시켜주고, 시범기동해 해보면서 장비와 기기 테스트를 완료하였다.
그리고 단톡방을 통해 사전에 약속된 일시에 맞추어 출발을 준비하였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출발한 두분을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서 모시고 이동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래서 여유있게, 즉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발하고자 하였었다.
그런데!!! 아, 그런데!!!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문을 스마트하게 열려고 하는데 안열렸다. 머리에 번개가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방전이다!!!
수동으로 문을 열고 방전되었을 때 시동을 거는 방법을 기억해내고는 그에 따라 시도를 했는데... 꼼짝도 안했다. 매뉴얼을 찾아 확인하고 시도해보아도 안되었다. 할 수 없이 보험사에 긴급출동서비스를 신청했다. 하필 이번에 보험사를 바꾸어 진행절차가 달라져 당황하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
뚜껑따고 서비스 기사를 기다렸다. 20분 정도 기다렸고, 바로 조치되었다.
시동이 켜지니 실내등도 켜지더라.ㅎㅎㅎ
며칠 전에 차 안에 확인할 것이 있어 왔다가 실내등 끄는 것을 잊고 그냥 문을 잠갔던 것이 방전의 원인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요즘 차량은 자동으로 차단되는 기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최신 차량을 운행하는 분께 나중에 들었다. 차 바꾸어야겠다.^^
수요일 아침인데도 고속도로의 정체가 꽤 길게 이어지더라. 음성휴게소에서 한번 쉬고는 계속 달려 청주시외버스터미널로 달렸다. 먼저 도착하여 내 차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과 함께 있던 한국교원대학교에 근무하는 반가운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미원면 미원리의 접선 포인트에서 전주에서 출발한 다른 일행과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하였다. 그리고 달천을 따라 이동하면서 '구하도' 지형 답사와 드론 자율 연수를 병행하였다.
옥화리, 월용리, 어암리의 답사 포인트를 제1일에 답사하고, 제2일에 후영리, 덕평리 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둘쨋날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 때문에 덕평리 답사까지 서둘러 진행하고 후영리에 예약했던 숙소를 찾았다. 펜션에서의 숙박에 필요한 것은 창천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준비하였다.
첫번째 답사 포인트였다. 옥화1교가 위치한 곳. "옥화 9경" 중 '제3경 천경대'와 '제4경 옥화대'가 위치한 곳이었다.
절경을 보여주는 '옥화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경관.
옥화1교 위에 서서 휘청거리며 날아다니는 드론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답사대원들. 조종자가 완전초보라 드론이 고생한다. 나뭇가지 속으로 들어가 추락할 뻔~
달천의 상류 지역은 속리산에서 발원한 속리천이 곡류하면서 하안단구 지형을 발달시켰으며, 미원천과 속리천이 합류하여 박대천을 이루면서 흐르는 중류 지역에는 구하도와 단구 지형이 발달하였다. 옥화리 일대 또한 그러하다. 마치 '하트' 모양을 그리는 곡류천을 따라 단구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아래 사진 왼쪽의 봉우리는 "옥화 9경" 중 '제5경 금봉'이다.
옥화리에서 달천 하류 방향에 위치한 월용리는 전형적인 '구하도' 지형을 보여준다. 달천의 유로가 변경되면서 육지화된 부분은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
두번째 답사 포인트는 옥화리에서 넘겨다 보았던 월용리였다. 달천 변에 서서 구하도 지형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였다. 땅바닥을 따라 답사다니면서 넓은 곳을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방황했던 먼 과거의 답사경험들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옥화리와 월용리 일대의 지형도이다. 도로 표시가 지형도의 등고선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윤곽을 파악할 수는 있다. 하안단구로 파악할 수도 있는 구하도 지형이 산지와 만나는 가장 안쪽에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소류지가 조성되어 있다.
세번째 답사 포인트인 어암리로 이동하였다. 어암리산촌생태마을 앞에 박대소교가 놓여있다. 지금은 '달천'이라고 통칭하여 부르지만 과거에는 '박대천'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구간이었다.
박대소교 건너편에 구렁골 마을이 있으며, 훈정 저수지가 있는 부분이 과거에 '박대천'이 흘렀던 유로였다. 지금은 구하도, 하안단구 지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박대천이 곡류하며 지나가던 시절에 섬처럼 남아 있던 지형을 Meander Core(미앤더 핵)라고 한다. 미앤더 핵이었던 지형은 작은 동산으로 남아 있고, 바로 옆에 훈정 저수지가 조성되어 있다. 주변의 농경지였던 곳에 태양광 패널들이 널려 있다.
네번째 답사 포인트는 덕평리의 구하도 지형이었다. 날이 좋지 않아 시계가 불량하다.
삼성산을 미앤더 핵으로 하는 구하도 지형은 흔적이 보인다. 태양광 패널로 농경지가 변모하고 있는 지역이 너무 흔하다. 바람직한 변화일 지는???
삼성산 옆으로 대전천이 흘러와 달천과 합류한다. 삼성산에서 대전천 건너편에 절개된 산지 사면이 보이는데, 15년 전에 방영했던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의 촬영 세트장이 위치한다.
삼성산에서 달천 건너편의 지촌리에는 함백골과 개소골 사이에 능선이 형성되어 마치 구하도였던 것 같은 흔적으로 보이기도 하나 경사가 너무 커서 하안단구 지형으로 보고 있다.
지촌리의 하안단구 지형은 들미산과 안산 사이의 골짜기에 형성되어 있다.
(출처: 박희두, 2001, 달천 유역의 단구지형 비교, 서원대학교 기초과학연구논총, 제15집, 131.)
지형도에서 덕평리와 지촌리의 지형을 비교하면 지촌리의 경사도가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평리 구하도의 경우에도 달천에서 먼 안쪽의 해발고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하천의 유로 변경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 산지에서부터의 새로운 지형 형성 작용을 받은 결과라고 한다. 산지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유수에 의해 하천 방향으로 침식 작용이 이루어지면서 하천에 가까운 일대의 고도가 점차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빗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흘러내리기에 '곡중분수계'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이번에 배웠다. 分水界가 산지의 능선을 따라 위치하지 않고 계곡이나 분지의 바닥에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키는 지형 용어가 谷中分水界(Divide in Valley)이다.
하늘에서 본 하늘. 온통 뿌옇다.
조종기에서 힘들어하는 경보음이 계속 울린다. 배터리가 없다고 추락중이라고... 다행히 공터로 떨어졌다. 더욱 다행한 것은 천천히.......
모든 배터리가 소진되어 15일은 연수 업무 종료이다.
다른 카메라는 소지하지 않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의 꽤 많은 사진을 촬영하였었다. 그런데....!!!
아, 그런데!!!
스마트폰에 실수로 벌레를 들였다. 심각한 벌레였다. 그 벌레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웠다. 벌레 잡기에만 몰두하다가 그냥 다 태웠다.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키면서 내손으로 잘못 들인 벌레를 잡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하지만... 폰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자료가 사라졌더라.^^; 그래서 일정 진행과 관련된 사진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드론 촬영 사진은 드론 기체의 메모리에 남아 있어 살릴 수 있었다.
다 날리고 나서야 사진의 자동 백업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혀~~~
2023년 11월 15일이 잠들었다.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별빛펜션의 밤은 너무도 조용하게 지나갔다... 아마도......
2023년 11월 16일 아침이 슬며시 다가왔다. 슬며시 일어나 씻고는 슬며시 밖으로 나가본다.
숙소인 '별빛펜션'은 달천과 화양천의 두 하천이 합류하는 후영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섯번째 답사 포인트가 후영리였다. 하천이 곡류하면서 흘렀던 흔적 지형이 잘 남아 있다. 물론 후영리 구하도 내부에서도 곡중분수계가 확인된다.
물론 과거에 물이 흘렀던 것으로 보이기에 '구하도' 지형이라 하는 것이며, 현재 흐르는 하천 보다 높은 곳에 계단 모양의 지형을 이루기도 하여 '하안단구' 지형이라고 파악하기도 한다.
(출처: 박희두, 2001, 달천 유역의 단구지형 비교, 서원대학교 기초과학연구논총, 제15집, 131.)
달천과 화양천이 합류하는 지점은 물이 맑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후영리와 화양리의 하천 주변에는 많은 민박과 펜션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면서 오늘의 일정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날이 흐려 드론으로 뭔가를 하기에는 적절치 않으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기에 더욱 문제가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괴산댐 상류의 연하협 구름다리를 찾아보고 아쉽지만 달천과 헤어지기로 하였다.
달천의 저쪽이 속리산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에서는 드론을 허가없이 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허가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하니 그냥 직접 눈으로 보고 감상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면서 직접 촬영한 연하협 구름다리 사진이 남아 있지 않아 괴산군청 홈페이지에서 연하협 구름다리의 홍보용 사진들을 가져왔다.
'산막이 옛길'과 연계하여 유람선도 괴산호에서 운영하고 있어 찾아볼 만하다.
흐린 날씨의 좁은 골짜기 안쪽은 몹시도 쓸쓸하였다. 모두들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졌다. 괴산읍내의 근사한 '다래정'이라는 한식집을 찾아 15,000원짜리 갈비탕으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다음 모임에 대한 복기를 하고 서울로, 전주로, 광주로 뿔뿔이 헤어졌다.
나는 서울팀을 괴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모셔드리고는 혼자 따로 멀리 달렸다. 원주로 달렸다. 빗속의 반계리 은행나무를 만나러 달렸다.
2023년 11월 15~16일 간의 이동 경로는 이러하다. 15일에 226km, 16일에 161km를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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