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백수들이 만나 한양도성길의 일부 구간을 걸어보자고 합의가 되었었다.
하체가 부실하여 오래 멀리 걷는 것을 피하고 있는데, 다른 백수들은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더라.
장충동에서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장충체육관 부근에서부터 남산 봉수대를 올랐다가 숭례문까지의 구간을 걷기로 했었다.
그래서 한양도성길 중 일부 구간 지도를 단톡방에서 미리 공유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약속의 날, 2023년 9월 13일에 서울 전역에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오더라. 망설이다가 강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냥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부실한 조그만 우산들을 들고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걷는 것이 곤란하여 남산공원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가을단풍길, 남산북측순환로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길이다. 산책로의 이명 그대로 가을에 단풍들면 아주 멋진 풍광을 보일 분위기가 넘치더라.
오후 1시에 장충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빗속을 천천히 즐기며 걸었다.
'먹자골목'으로 지정된 곳들이 참으로 많다.
정확한 약속 시간에 도착하였다.
어젯저녁에도 족발을 먹었는데, 오늘 점심도 족발이었다.^^ 좋은 족발이다.
식사 후에는 공굴리기 놀이를 좀 하였다.
오후 3시. 장충단 공원. 수표교를 오랜 만에 만나고 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청계천에 있던 수표교를 임시로 이전한 상태에서 계속 자리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원상복구는 곤란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준 열사 동상이 장충단 공원에 모셔져 있다.
장충단공원에서 길을 건너 장충리틀야구장 옆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한적한 남산공원길을 만나 서쪽 방향으로 빗속의 산책을 즐긴다.
중간 중간에 벤치들이 놓여 있으나 앉아 쉬는 것을 사양한다. 비 때문이다. 젖었다.
시내 구경도 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빗속에...
빗속의 공원길도 멋지지만 나중에 단풍 들면... 오메~
오늘의 산책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일까... 조지훈 시비에 '파초우'가 새겨져 있더라.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파초우.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 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다방이 있더라. 아메리카노의 따스함으로 한기를 녹여보았다.
남산에서 서울을 바라보고 계신 호랑이 어르신.
드디어 한양도성을 만났다.
도성을 따라 '수크렁'을 잔뜩 심어 놓았다. 왜 하필 이걸...
남산공원에 왔었더라~~~ 아, 남산공원이 뒤집혔다.
한양도성 복원 구간.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들었다. 가본 적은 없다.
그래서 가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더라. 있으니 이용한다.
좀 묘한 공원이다. "서울로 7017"
고가를 통행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양쪽으로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구 서울역사를 구경하고 사진을 촬영하라는 배려인 것 같다. 구멍이 뚫린 부분이 있다.
그 배려를 받아들여 옛날 서울역과 새 서울역 청사 사진을 남겼다. 비가 내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고가 공원 '서울로 7017'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이색적인 공원이다.
숭례문에 왔다.
우산을 던지고 숭례문과 함께 셀피~~ 비 쯤이야...
5.7km 정도를 걸었다. 2시간 18분 걸렸다. 천천히 비를 즐기며 걸으니 전혀 힘들지 않더라.
숭례문 부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퇴직 동기와 랑데뷰하여 맛있는 중국요리를 즐겼다.
먹으며 수다 떨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 헤어졌다. 네 방향으로......
회현역으로 걸어가 4호선을 탈 것이냐, 시청역으로 걸어가 1호선을 탈 것이냐
고민을 좀 하다가 1호선을 이용해 귀가하였다.
2023년 9월 13일 하루가 그렇게 빗속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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