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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께서 가을 단풍을 보시고 싶다 하시었다.
기회를 만들었다. 서울보다 조금 더 단풍이 진행된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하기로 했다. 겸사겸사 하여 여행 자료를 비교하였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신청하였던 여행자료를 분석하였다. 정선의 민둥산, 태백의 만항재, 그리고 예전부터 벼르던 삼척의 대금굴도 포함시켰다. 여기에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드론을 날리는 꿈도 꾸었다. 바람의 언덕 남쪽 끄트머리는 제한 구역이지만 북쪽 부분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옆지기의 바쁘신 일정을 정리하고 2022년 10월 27일, 목요일에 출발하였다. 양평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달려갔다.
코로나 사태로 쉬던 억새축제가 올해 9월24일에서 시작되었고, 11월13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억새꽃이 만발한 민둥산 정산까지 오르는 1~4코스가 있다. 보통은 1코스를 이용하는데, 등산을 많이 즐기는 사람은 4코스가 좋겠다.
여러 코스 중에서 능전마을 주차장에서 오르는 2코스가 가장 짧은 경로이다. 그런데 스스로 무릎이 부실하다고 주장하며 힘든 곳에는 무릎보호대를 하고 다니는 옆지기 때문에 더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찾아냈다. 그것은 발구덕마을까지 차로 이동하여 30분 짜리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능전마을주차장에서 발구덕마을로 오르는 도로가 좁아 자동차의 교행 및 주차에 문제가 있어 축제 기간 중에는 통행을 제한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평일이라 방문자가 적어 열려 있지 않을까 하는 딱 한가닥의 기대를 갖고 달려갔다.
민둥산역 쪽의 억새축제 행사장에서 민둥산 쪽으로 연결되는 철로 아래의 작은 터널에 "민둥산 가는길"이라 적혀 있다.
기대를 하고 달려갔지만, 역시나 "민둥산 등산로"는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ㅎㅎ
할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정암사에서 풀고, 만항재를 즐기고 태백으로 여정을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이곳까지 왔다가 그냥 가는 것이 아쉬웠다. 원래 3박4일 일정으로 예정했었는데, 하루 더 연장했다. 출입통제를 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
10월30일 민둥산역 부근의 퍼시먼관광호텔에 숙소를 잡고, 제육복음으로 유명한 억새꽃맛집을 찾았다. 한 상 가득하다. 1인분 12,000원. 든든히 먹고 일찍 쉬었다. 새벽 같이 일어나야 하니...
10월 31일 월요일 아침도 생략하고 민둥산으로 달렸다. 7시9분에 도착하였는데 다행히 열려 있더라. 기분 좋게 통과하였다.^^
카르스트 지형의 하나인 돌리네가 여럿 발견된 것으로 유명한 발구덕 마을의 농로를 따라 꼬불꼬불 민둥산을 올랐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비포장 임도가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쉼터 주인이 차를 막더라. 못 올라간다고...
이게 아닌데... 저 위에 더 올라가야 하는데... 마음은 그랬지만 주차하고 걷기 시작했다.
옆지기가 무릎보호대를 하지 않았다고 투덜댄다. 아, 왜!
산림경영을 위해 개설한 전용도로이므로 관계자 외 차량의 통행을 제한한다고 한다.
일반 승용차가 움직이기에는 조금 힘들어 보이는 길이다. 우리보다 일찍 도착하여 먼저 오르는 팀도 있었더라.
큼지막한 돌리네를 농경지로 이용하고 있다. 가옥도 있다.
7시35분. 어느 틈에 햇님이 저만치 올라왔다. 경치 좋다~~
옆지기의 외투가 흘러내린다.
원래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검색하여 정보를 찾았을 때는 이곳까지 차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SUV나 포드 트럭 정도로 차를 바꾼 다음에나 그리해야 할 듯 싶다. 일찍부터 공사중인 작업자들과 차량들.
이곳에서는 400미터만 올라가면 된다. 30분 코스이니 금방이다. 단, 모두 계단이다.......ㅠ.ㅠ
계단이다. 계단이다. 아름다운 계단이다. 숨이 턱에 걸린다.
동녁을 보니 먼 곳의 구름이 태양으로 빨려들고 있다.
민둥산 산등성이에는 억새가 지천이다. 비현실적이다.
지억산 아래를 지나는 421번 도로의 고갯길에 구름이 갇혀 있는 것이 멀리 보인다.
작은 연못이 보이는데, 돌리네 바닥에 비닐을 깔아 물을 모은 것으로 소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렇게 한 것이라는 정보를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8시. 마침내 민둥산 정상에 올랐다. 해발 1119미터 높이이다.
멀리 보이는 군의산 아래의 골짜기에 운해가 가득하다.
구름이 흘러 넘쳐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구름 구경 보다, 억새꽃 구경 보다 나는 드론을 위해 민둥산을 두번에 걸친 시도 끝에 올라왔다. 가방을 열고 매빅2 프로의 카메라 보호캡을 제거하고 전원을 켰다. 조종기를 꺼내 전원을 켜고 나의 스맛폰과 연결을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당황스럽다. 전원을 껐다 켰다 해보고 연결도 다시 해보고...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매뉴얼을 꺼내 다시 한번 숙지하였는데, 제대로 안된다. 15도 이하에서는 배터리가 아플 수 있다는 메시지가 뜨더니 남은 배터리가 그야말로 광탈하여 사라지더라. 춥긴 추웠다. 내 마음은 더 써늘해졌다.ㅎㅎㅎ
다음에 따뜻할 때 다시 와야겠지?
민둥산역이 있는 억새꽃축제장 쪽을 조망하기도 하고...
억새를 가까이 구경하기도 한다.
아래의 전망대에서 정상 쪽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고...
억새가 자라는 얼굴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카르스트 지형의 형성 과정을 알려주는 간단한 안내자료도 구경한다.
그리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 하산한다.
또 아쉬워 주변의 억새를 보며 인사한다. 또 보자~~
임도를 따라 하산하는데 견공이 한 마리 올라오길래 긴장했다. 갑자기 길옆으로 빠지더니 다소곳이 볼일을 보더라.
석회암풍화토로 덮인 돌리네를 다시 만난다.
쉼터를 지키는 아주머니가 잘 다녀오냐는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 라면 두 그릇 끓여달라고 답을 했다. 10시 31분이니 두 시간 넘게 걸린 민둥산 길이었다.
운전하며 내려오다 잠시 멈추었다. 돌리네에 대한 안내문이 보였다.
발구덕 마을의 가장 큰 돌리네일지도. 우발라인가???
램블러로 기록한 쉼터에서부터의 등산경로이다. 왕복 2.8km, 2시간 8분 걸려 320m 만큼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고 한다. 정상에 램블러 인증뱃지가 표시되어 있다.
민둥산을 올랐다. 대단하다. 나를 칭찬한다.ㅎㅎㅎ
그 유명한 억새꽃의 바다에 빠졌다 나왔다. 멋진 곳이다. 다음에 또 올라보고 싶은 곳이다.
4박5일의 기간 동안 850km 쯤 이동하였다. 무리였다. 귀가하여 이틀을 뻗어 아무 것도 못했으니...
이제 슬슬 일상의 백수 생활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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