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영어로는 "DUEL"이라고 한다던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도 1971년 제작한 "Duel"이었다. 피곤한 퇴근길에 마주한 거대한 트럭의 공포와 '승부'를 결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심리 스릴러와 서스펜스 연출의 교과서처럼 평가된다던데... 옛날 TV의 주말의 명화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영화속으로 몰입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었다. 블루레이로 최근 국내 출시되어 구입한 것 같은데, 일단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2021년에 "The Last Duel"을 발표했다. 14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국왕의 허가를 받아 실행되어 실제 역사상으로 기록된 마지막 "결투" 재판을 다루었다. 블루레이를 구입해 놓았는데, 아직 감상을 안(!)하고 있다.^^
"승부"는 긴장을 수반하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이벤트이다. 그래서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었고, 사용될 것이다. 그러한 시리즈들 중에 두드러진 영화 한편이 추가되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그냥 바둑을 소재로 했다면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을 통해 그 속에 관계맺음 된 사람들 사이의 "승부"가 진짜 소재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을 "The Match"로 한 것은 좀 아쉽다. 이건 그냥 '경기'라는 의미가 강하지 않을까? 둘이 마주보고 승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의 다른 영화들처럼 "Duel"이라고 했었으면 어땠을지...^^)
그래서 바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영화를 만날 수 있고, 나처럼 바둑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어려움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그렇게 김형주 감독이 만든 영화이더라.
2021년에 촬영을 마친 영화인데, 2025년에 개봉되었다. 주연 배우 1인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다 한다.

그래서 영화 홍보 자료에 그 개인적이 사정으로 엮인 주연 배우는 홍보에서 배제되어 있다. 영화표 예매 사이트에 공개된 스틸컷에도 그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승부"를 결하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진짜를 '승부'를 하는 듯 했다. 스승에 바둑은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어린 제자를 가르쳤고, 제자는 스승의 호통에 주눅들어 있다가 마침내 스승의 바둑과는 결이 다른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 성큼성큼 나아간다. 스승을 승부에서 이겨내면서...
그렇게 하나의 승부가 마감된다.
그리고...
제자와의 승부에서 모든 것을 내주어야 했던 스승은 잠시 방황을 하다가 그를 걱정하고 밀어주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 낸다. 다시...
그리고 이어진 제자와의 "승부" 이후 웃는다.

바둑에서의 승부란 그런 것이란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그런다고.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2시간짜리 영화다. 대개의 경우 중간에 극장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가 막 궁금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어~ 하는 사이에 2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두 배우의 저력 있는 연기와 그것을 제대로 엮어낸 감독의 힘이 크게 보인다. 과감하게 곁가지를 치워내고 큰 이야기 줄기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문제로 이 좋은 영화의 개봉은 여러 해 지체되게 한 주연배우의 개인적인 사정이 안타깝다. 제작사에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개봉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 덕분에 그래서 간만에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상영관을 나서는데 극장 한쪽에 바둑판에 세팅되어 있었다. 홍보 소재인 것 같았다. 바둑의 'ㅂ'도 모르는 둘이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만들어 보았다.

(원래 이 이미지 제작 과정은 그게 아니었지만, 그냥 그렇다고 친다.^^)
극장에 여전히 사람이 안보이더라. 이 좋은 영화를 4명이 관람하다니...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4K UHD 블루레이 영화 감상을 위한 HTPC 구성 (0) | 2024.12.28 |
---|---|
이창동 컬렉션 블루레이가 미국에서 출시되었다 (2) | 2024.09.29 |
컬럼비아 고전영화 컬렉션 4K 블루레이 시리즈 (4) | 2024.09.15 |
영화 "가을로 DVD" (4) | 2023.09.20 |
탑건:매버릭 간단 리뷰 (1) | 2022.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