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5일 아침. 날이 매우 쌀쌀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온몸이 흔들린다. 그래도 저녁에 좋은 영화를 보기로 했기에 따스한 가슴으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퇴근을 하고 극장으로 바로 달려 갔다. 노원 롯데백화점 길 건너의 작은 문화 공간이다. "더숲".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자리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표를 먼저 구입했다. 1시간 전에 표를 샀는데 자리가 거의 텅텅 비어 있어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다.
표를 확보한 다음에 근처의 식당으로 가서 나이든 흰머리 아저씨는 혼밥을 했다.ㅎㅎ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극장으로 갔다.
입구에서 한 장짜리 홍보물 챙기고 입장한다. 1관. 작다. 아담하다.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다.
홍보물의 뒷면. 한인들의 쿠바 정착 약사 및 영화 제작과정과 관련된 정보들.
1905년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 노동자로 왔던 1,033명의 한인들 중 288명이 1921년 쿠바로 다시 이동하였다. 카마궤이와 올긴의 중간 쯤 되는 곳에 위치한 항구 Manati를 통해 쿠바에 도착한다.
2001년 3월 25일. 쿠바 이주 8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마나티에 만들어졌다.
WorldKorean.net의 2019.3.25일자 기사에서 사진들을 빌려왔다.
쿠바를 두번 갔지만 Manati에 이런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몰랐다. 현지 가이드 에빌리오도 알려주지 않았다.^^
현지 노동자로 가장 많은 숫자의 한인들이 정착했던 곳이 마탄사스의 "엘 볼로" 마을이었던 모양이다. 2019년 1월 16일에 찍어 온 사진.
마탄사스에 대부분 정착하였기에 여러 곳에서 한인들의 최초 쿠바 도착지를 마탄사스로 오해하기도 한다.
2005년 1월의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자료에도 마탄사스에 도착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착 초기의 사람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거의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 했었다.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나마 일이 좀 낫다는 사탕수수 농장을 찾아왔지만, 사탕수수 호황기가 막을 내리면서 다시 손에 익은 에네켄 농장을 찾아 마탄사스로 모여들 수 밖에 없었다. 1세대는 한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지만 2세대들부터는 쿠바를 자신들의 조국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중 뛰어난 재원이었던 헤로니모 임 킴(임은조)씨를 중심으로 쿠바에의 정착 역사를 풀여낸 영화가 "헤로니모"이다.
그들의 힘든 역사를 보며 눈물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코레아노'라고 소리치고, '하나의 코리아'를 부르짓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졌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관람객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 아쉽다. 공영방송에서 공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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