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들이 있다. 가끔, 아주 가끔 동네에서 논다. 놀아봐야 당구 한 게임 치고, 소주 한 잔하는 것.
술 한 잔 걸치다 보면 세상의 모든 재미를 다 보는 듯이 떠든다. 정작 멍석이 깔리면 다들 샌님 본색이 드러나지만. 늘 같은 패턴으로 놀다보면 뭔가 다르게 해보고 싶어지는 것이 동네 친구들이겠지. 한 달 전부터 1박2일로 지방 먼 데를 나가 놀아보자고 굳게 약속하였다. 아저씨들 셋이.
하지만 임박해서 아저씨 하나의 사정이 생겨 1박을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루를 가득 채워 놀자고 하였다. 헌데 어딜 가지? 고민이었다. 1인이 운전을 해야 하는데 그럼 대낮부터 해롱해롱 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이렇게 다녀왔다.
위성 영상으로는 이렇다.
폐역이 된 능내역을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길가에서 역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작은 기차 모양의 판데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은 올 때마다 달라진다. 몇 년 터울로 오니 그렇겠지. 20여 년 전에 처음 와본 것 같은데, 그 때의 황량했던 곳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 때는 한강 가까이에 바로 주차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공원이다.
날 좋을 때 다시 와보아야겠다.
수종사로 가는 길을 매우 가파르다. 벌벌 떨면서 운전했다. 주차장에 주차하니 타이어가 힘들어 했다는 증거를 내민다. 탄 내가 난다.
다산생태공원. 한강 위에 얼음이 깔렸다. 이 얼음 위를 걸어보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그러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하늘은 음울하고 날은 싸늘하다.
다산 생태 공원의 모습이다. 다음 지도에서 가져왔다. 동쪽 끝 부분에 점심식사한 식당도 나온다. 반갑다.ㅎ
다산 생태 공원을 걷는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기에 옷깃이 닿는 인연이 만들어지길 애초에 기대할 수도 없다.
생태 공원의 동쪽 끝 부분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기 좋다. 주변의 산 이름들도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 1.
위의 지나가는 사람 1이 찍어준 사진. 내 옆에 지나가는 사람 2가 같이 찍혔다.
꽤 큰 식당이다. 당연히 TV에도 나왔었다고 하는 안내판이 있다. 장어와 민물고기를 다룬다. 가격은 당연하게 비싸다. 방 하나 차지하고 빠가사리 3인분 먹었다. 맛 괜찮다. 일하시는 분도 잘 대해주신다. 좋다.
안 좋았던 것은 내가 차를 갖고 가서 운전을 해야 했기에 매운탕에 어울리는 화학 제품을 음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둘이서 각 1병.
식사 후 나오다 보니 공사 중인 곳이 있다. 근사한 돈 덩어리로 보인다. 통 유리로 벽을 마감. 이렇게 만들면 여름과 겨울에 어찌 하려는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알아서 하겠지.
운길산 수종사 산문. 앞의 주차 공간에 거의 차들이 채워져 있다. 한가한 사람들 많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이다. 1458년(세조 4)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羅漢)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그후 조선 후기에 고종이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요문화재로 보물 제259호인 수종사부도내유물(浮屠內遺物)이 있는데, 석조부도탑(石造浮屠塔)에서 발견된 청자유개호(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동제9층탑(金銅製九層塔) 및 은제도금6각감(銀製鍍金六角龕) 등 3개의 일괄유물이 그것이다. [지식백과에서 긁어 왔다.]
길 옆의 비탈. 길을 만들기 위해 경사면을 잘라낸 이후 토사가 계속 빠져 나간 결과. 몇 년 후 이 나무는 길쪽으로 쓰러져 통행을 차단하게 될 것이다.
여러 곳에서 그러한 모습이 보인다.
새로 전입하신 분이다. 마음 속으로 인사드리고 올라간다.
수종사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전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고마운 수종사. 그곳에서 보이는 양수리. 한강의 양수대교, 신양수대교, 양수철교가 아스라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한 컷씩. 전망 좋은 곳에 서면 다들 기분이 좋아지고 서로 미소를 나누게 된다. 우리 모두 한민족이지.
범종각 아래의 천년묵은 은행나무.
새 단장을 한 범종각. 새것 티가 팍팍 난다.
양수철교와 양수대교. 북한강, 그리고 건너의 남한강. 그래서 양수리이다. 두물머리이다.
비석을 근사하게 만들어 놓았다. 근사하다. 표면을 아주 곱게 갈았다. 옆에서 보니 마치 거울같다.
대웅보전. 문가에 서서 고민했다. 무엇을 빌어볼까 하고. 지난 달에 떠나신 어머니 생각에 순간 울컥했다. 종교를 갖진 않으셨지만 그래도 보살펴 주십사 기원.....
이제 근사한 사찰과 멋진 경관을 즐겼으니 이곳에 온 본 목적을 실행할 차례이다. 삼정헌이었나, 경내 다실이 수종사를 유명하게 한 요소 중의 하나일 것이다. 통유리를 통해 한강 쪽의 경관을 조망하면서 약수로 우려낸 녹차를 마시는 맛이 일품이다. 그 다실의 툇마루에 앉아 졸고 있는 친구.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도 그렇고 이곳에서는 어느 인간도 자신들을 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다실 내부에서 담소와 차를 즐기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방해가 될 터이다. 그래서 실내에는 촬영 금지라고 한다. 앞 뒤의 자리에서 작게 들리는 대화 내용을 보니 거의 교사들.
다실에 빈 자리를 잡고 앉으면 뜨거운 물이 채워진 보온병을 가져다 준다. 낮은 탁자에 설명서가 있다. 저 위 사진 중 지나가는 사람 1이 해 본 모양이다. 꽤 잘 한다. 세 번 우려먹고 설명서에 있는대로 다기 세척까지 하고는 지나가는 사람 2가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성의를 유료로 표하였다.
그렇게 다녀왔다.
그리고는 다시 중계동 은행사거리. 생굴 한 접시 먹고, 당구 지고, 김치찌게 한 뚝배기 먹었다.
그리고 하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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