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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였다. 건물이 참 멋진 곳이다.

 

옆지기가 세계의 명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 소식을 알아내곤 같이 가주시겠다 하여 따라갔다.^^

한국과 영국 수교(1883)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전시하고 있다. 3개월 동안의 전시회였지만 10월 9일까지라 며칠 남지 않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관람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살피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우리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정의 조율하고 입장권을 예약구매하였다. 2023년 10월 4일 오후 1시 30분 표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전시회이므로 입장객이 몰리지 않도록 2주 간격으로 입장권을 판매하였고, 30분 간격으로 한정수량 판매했다고 한다. 성인 1인의 정상 가격은 18,000원이다. 비싸다.ㅎㅎ


오후 1시 반으로 예매한지라 도착하여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고 집에서 11시쯤 출발하였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 하차하여 연결 통로를 통해 갈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간다. 좋은 시설이다. 무빙워크.

 

역시 평일이 좋다. 여유있게 박물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대나무가 시원하게 뻗어올라가고 있다.

 

입구의 매표소에서 예매했던 표를 출력받아야 한다.

 

입장권이다. 

 

특별전시는 본관의 상설전시관 서쪽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에서 이루어진다.

 

커다란 화면 속에서 호랑이가 왔다갔다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촬영한 영상을 겹쳐서 보여준다. 자기들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약한 1시 반에 딱 맞추어 입장해야 한다. 그래서 거울못 구경도 하고...

 

식당이 모두 만원이라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이식으로 점심을 대신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충 시간에 맞추어 기획전시실로 향하였다.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료 3,000원.

 

각 회차별로 대기번호표를 나누어준다. 25번 단위로 끊어서 입장하게 한다. 관람객이 워낙 많다.

 

전시된 작품들을 창조한 거장들의 출생지 혹은 활동했던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도 전시되어 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등.

 

전시된 명화를 눈으로 만나고 가슴으로 만나고, 스맛폰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나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사진 촬영도 많은 관람객들 사이의 틈새를 노려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전시된 명화들은 르네상스, 분열된 교회, 새로운 시대, 인상주의라는 네가지의 주제로 정리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15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작품들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Ⅰ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

이탈리아는 서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일찍 중세 봉건제가 무너지고 상업과 도시가 발달하였다. 14세기 말 이후 부유한 시민 계층이 출현하면서 고대 학문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종교화에서의 변화도 나타났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전에 대한 관심은 고대 신화 속 신들이 사람을 닮은 모습으로 묘사하게 하였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산과 강, 하늘을 배경으로 사랑, 좌절과 절망, 두려움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왕과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도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게 하였다.

 

1  서재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   ─   안토넬로 다 메시나

45.7 X 36.2cm 크기의 유화이다. 원근법이 정교하게 적용된 작고 섬세한 개인 감상용 그림으로서, 이러한 그림을 '캐비닛 그림'이라고 한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는 유화에 능숙하여 놀랍도록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고 윤곽선을 그리는 대신 색채의 명암을 활용하여 형태를 표현하였다.

 

2  성 제노비오의 세가지 기적   ─   산드로 보티첼리

훗날 피렌체의 수호성인이 된 주교 제노비오의 삶을 그린 연작 4점 중 두번째 작품이다. 벽에 걸어 방을 장식하는 '스팔리에 패널'이라는 유형의 작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마, 소생, 치유의 세 가지 기적이 묘사된 그림이다.

 

3  성모자   ─   조반니 벨리니

베네치아의 화가 벨리니와 그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작은 성모자상은 개인적 종교활동을 위한 그림으로 인기가 아주 높았다. 이 작품은 주문자의 저택에 있는 개인 예배당의 작은 제단에 놓으려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그림은 대부분 조수들이 작업했으나 이 작품은 밑그림이 자세하고 여러번 수정되었으며 아주 비싼 안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벨리니가 직접 작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  聖母子와 세례 요한   ─   라파엘로

라파엘로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아테네 학당> 등의 프레스코화들을 바티칸 교황궁에 그리던 시기에 작은 성모상을 여러 점 그렸는데, 이 그림도 그중 하나로 바티칸의 누군가 개인 묵상을 위해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파엘로는 기하학 지식을 활용하여 그림의 조화를 구현하였는데, 이 그림도 밑변이 넓어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 속 인물들은 배경과 조화되어 깊은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5  아폴로와 다프네   ─   피에로 델 폴라이우올로

피렌체 도시의 전경과 아르노 강의 계곡을 배경으로 고대 신화 속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담은 29.5 X 20cm 크기의 유화이다. 강에 비친 나무 그림자의 섬세한 묘사, 언덕에 흩어져 핀 꽃들, 안개가 자욱한 먼 산의 절묘한 표현은 이 그림이 가까에서 그려진 것임을 알려준다.

 

6  나르키소스   ─   작자 미상

물그릇에 비친 자기 얼굴에 빠져 있는 '나르시스'를 그린 그림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훈련을 받은 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의 작품 속 인물들과 얼굴이 비슷하여 그의 추정자 중 누군가의 작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7  머큐리, 큐피드와 함께 있는 비너스   ─   코레조 Correggio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인물들의 팔다리가 만드는 대각선들을 세심하게 배치하였다. 비너스와 머큐리의 팔이 이루는 선은 세 사람을 감싸는 부드러운 하트 모양이다. 이 그림은 원래 꿈에 빠져 유혹적으로 늘어진 비너스와 큐피드를 훔쳐보는 사티로스를 그린 <사티로스와 함께 있는 비너스와 큐피드>와 한 쌍으로 그려진 것이다. 코레조의 본명은 안토니오 알레그리인데, '코레조'라는 이름은 그의 고향에서 따온 것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뛰어난 화가인 그의 화풍은 그의 고향이 예술이 발달한 세 도시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의 중간 지점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8  겁탈당한 가니메데   ─   다미아노 마차

그리스·로마 신화에 따르면 목동인 가니메데는 아름다운 외모가 눈에 띄어 독수리로 변신한 쥬피터에게 납치되어 올림푸스 산에서 신들의 식사 시중을 들게 되었다고. 팔각 천장화 형태였던 그림을 18세기 초반 벽에 걸 수 있도록 캔버스를 더해 직사각형으로 만든 것이다. 그림에 팔각형의 흔적이 남아 있다.

 

9  소녀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공방

15세기 중반 이전 이탈리아 여성 초상화는 대부분 옆모습으로 얼굴의 반만 드러낸 모습이었다. 비스듬히 앉아 있는 이 소녀는 1490년대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달걀 노른자와 안료를 섞어서 만드는 템페라로 그려졌는데, 이는 빨리 마르기 때문에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밝고 고른 빛의 묘사에 강점에 갖는다. 기를란다요는 큰 공방을 운영했는데 젊은 시절의 미켈란젤로도 그의 조수로 있었을 정도였다. 이 작품도 공방에 속해 있던 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  여인(달마티아의 여인)   ─   티치아노

베네치아에서 여성의 개인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 드물던 시기의 작품으로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몸을 약간 틀어 정면을 바라보는 초상화 속 주인공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머리에 두른 베일을 비롯한 투명한 천의 표현에서 화가로서 티치아노의 솜씨와 기술이 완숙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11  여인(루치아 알바니 아보가드로 백작부인 추정, 붉은 옷을 입은 여인)   ─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

모로니는 16세기 이탈리아 북부에서 귀족들의 우아함을 표현한 전신 초상화로 유명했다. 새틴 드레스의 화려한 다홍색은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색이고 치마의 체크무늬, 드레스의 꼬임 장식과 세로 트임은 1550년대 후반에 유행했으므로 초상화가 그려진 시기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모로니의 전신 초상화 속 귀족들의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은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부유한 인물들의 정교한 초상화에서도 볼 수 있다.

 

12  빈첸초 모로시니   ─   야코포 틴토레토

베네치아의 유지인 빈첸초 모로시니의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을 매우 세심하면서도 위엄 있게 표현한 틴토레토의 초상화이다. 틴토레토는 베네치아의 공공기관이나 종교시설에 그린 서사가 있는 대형 연작들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극적인 빛과 연극적 구성을 활용하여 매우 역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북유럽 르네상스, 세밀함의 극치

플랑드르(현재 벨기에의 북부 지역), 네덜란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지역은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두 지역 예술가들은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 15세기 초반 반 에이크로 대표되는 플랑드르의 화가들은 얇고 투명하며 반짝이는 유화 물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물감은 주변 세상을 놀랍도록 세밀하고 정확하며 풍부한 색채로 묘사하도록 해주었고,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유럽 회화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13  보좌에 앉은 聖母子와 네 천사   ─   퀸텐 마시스

(안보였는데...)

14  어린 공주(덴마크의 도로테아 추정)   ─   얀 호사르트

(안보였는데...)

 

 

Ⅱ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

1517년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후 신의 뜻을 해석하는 교회가 나뉘면서 화가의 시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가톨릭 교회는 바로크 미술로 사람들의 신앙심을 드높이고자 하였다. 프로테스탄트 중심의 북유럽에서 교회는 더는 신과 성인들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화가들은 자연스럽게 사람과 그 주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가톨릭 개혁기 교회는 고해성사, 명상이나 묵상 등 개인적인 종교 활동을 권장하였기에 기도하는 성모나 참회하는 성인이 많이 그려졌다. 북유럽에 교회가 더이상 중요한 후원자가 되지 못하자 해상무역을 주도하며 급성장한 중산층이 집을 꾸미는데 좋은 초상화, 풍경화, 일상생활을 그린 그림들을 주문하면서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5  도마뱀에 물린 소년   ─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카라바조는 미술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화가 중 하나로 꼽힌다. 강렬한 사실성과 극적인 빛의 사용이 돋보이는 독창적인 그의 작품들은 유럽 회화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 작품에서도 카라바조가 얼굴을 찡그린 소년을 묘사하는 만큼이나 정물에 세심하게 정성을 쏟았다는 것은 물이 든 유리병에 반사되는 빛의 사실적 묘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순간의 즉흥적 움직임에도 서사를 담는 독창성을 보였는데,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여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두면서도 시각적 강렬함을 추구한 것이다.

 

16  페르난도 데 발데스 대주교   ─   디에고 벨라스케스

세비야 출신인 벨라스케스는 1623년 펠리페 4세의 초상화를 근사하게 그린 것을 계기로 스페인 궁정화가 임명된다.  이 반신 초상화는 토레노의 전신 초상화를 바탕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전신 초상화에서 잘라낸 일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  63세의 자화상   ─   렘브란트 판 레인

렘브란트는 40여 년을 화가로 활동하는 동안 동시대 다른 어떤 화가보다 자화상을 많이 그렸으며, 현재는 약 80여 점이 남아 있다. 초기의 자화상은 표정이나 자세, 빛의 효과를 실험하려고 그려진 것들이 많다. 렘브란트는 이탈리아를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질감을 표현하는 물감의 가능성을 잘 활용한 티치아노와 극적인 빛의 사용을 발전시킨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다.

 

18  성 마리아 막달레나   ─   귀도 레니

신약성서에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제자 중 한명으로 등장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서유럽 회화에서 대부분 덧없는 쾌락을 거부하고 참회하며 그리스도를 섬기기로 결심한 매춘부로 그려진다. 귀도 레니와 그의 제자들은 이 주제의 그림을 다수 제작하여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가톨릭 개혁시기 교회에서 스스로의 죄에 대한 참회를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상습 도박으로 늘어나는 빛에 시달리자 그림을 빠르고 쉽게 제작하여 팔고자 자신의 그림 중 가장 인기 있는 주제들을 택해 작은 크기로 여러 점 제작하여 판매하였다. 좋은 예가 되는 이 그림은 유연한 붓질과 은빛으로 빛나는 살결 표현이 이 시기 귀도 레니의 화풍과 일치한다.

 

19  기도하는 성모   ─   사소페라토(조반니 바티스타 살비)

성모가 강한 빛을 받으며 조용히 기도하는 이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단순한 구도와 색채 구성이 눈길을 끈다. 불필요한 세부 묘사를 자제하고 제한된 색채를 사용하여 순수하면서도 강렬하다. 사소페라토는 깊은 감동을 주는 기도하는 성모를 주제로 그린 종교화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특히 18-19세기 유럽을 여행하며 이탈리아 여행에서 조각과 회화를 구입하여 귀국했던 부유한 영국 귀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랜드 투어'를 마쳤다는 인증 기념품이었던 것이다.^^

 

20  바커스 양육   ─   니콜라 푸생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를 이끈 화가 푸생의 초기작이다. 노르망디 출신이나 일생의 대부분을 로마에서 보낸 푸생은 고대의 모습을 재현한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림 속 고대의 모습을 바로 이해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로마의 후원자들이 좋아할만한 지적인 내용을 담고자 정성을 기울인 결과이다.

 

21  4원소: 불   ─   요아힘 베케라르

22  4원소: 물   ─   요아힘 베케라르

이 두 작품은 불, 물, 공기, 땅의 4원소를 주제로 한 4점의 연작 중 일부이다. 4점 중 <불>은 16세기 부엌을, <물>, <공기>, <땅>은 안트베르펜의 시장을 그렸다. 각 그림에는 주제가 되는 원소와 관련된 각종 생산물을 그렸다. <불>의 부엌에서는 여성들이 구이를 하려고 고기를 다듬고 있다. <물>에는 물고기, <공기>에는 집에서 기르는 새와 알이 가득 담긴 바구니, <땅>에서는 과일과 채소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네 작품 모두 앞쪽의 16세기 풍경은 뒷쪽 배경의 성경 장면이 돋보이게 배치되어 있다.

 

23  여관(깨진 달걀)   ─   얀 스테인

얀 스테인은 고향 레이던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여관을 운영하였는데 떠들썩한 술자리 모습에 재치있는 풍자를 담아 표현하여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그의 작품을 찾는 이가 많았다. 불량한 어른들의 행동과 대비되는 등을 돌린 소년의 모습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어린이들이 배운다는 교훈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란다. 여관 여주인의 치마를 잡고 희롱하는 인간이 얀 스테인 자신을 그린 것이란다.

 

24  안뜰에서 음악 모임   ─   피터르 더 호흐

피터르 더 호흐는 중산층 여성과 아이들의 가정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후기에는 이 그림과 같은 암스테르담의 상류층 모습을 많이 그렸다. 테이블의 오렌지는 이국적인 과일로 주인공들이 이런 정도 사치를 누릴 수준이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남자가 악기 연주자를 손짓하고 있는데, 이 시기 미술에서 음악 연주는 성적 관계의 은유로 자주 쓰였다네. 의자에 외투를 걸친 인물은 밖에 나가 건너편 건물의 창문에 보이는 여인을 바라보는... 전경은 그늘에 숨어 있는데 배경은 밝은 빛을 받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재밌는 구도의 그림이다.

 

25  인도교가 있는 풍경   ─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

사람은 묘사하지 않고 풍경 자체만을 목적으로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16세기 초반부터 이와 같이 풍경을 다른 주제의 배경이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회화의 주제가 되는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작품 속 풍경은 아마도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다뉴브 강 계곡의 일반적인 모습일 것으로 보인다. 알트도르퍼는 자연의 모습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세하고 풍요롭게 묘사하고자 하였고 <어머니를 떠나는 그리스토>와 같은 종교화에도 역시 자연 속 식물의 모습과 풍경을 표현적 요소로 포함시키고자 노력하였다.

 

26  들판에서 말을 타는 남성과 목동, 두 소년, 그리고 일곱 마리 소  ─  알베르트 코이프

네덜란드 지역의 특징을 담은 그림 속 풍경은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헌과 클레베 사이의 평아지대 모습으로 추정된다. 코이프가 1650년대 초반 이 지역을 여행한 기록이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등 뒤에서 시작한 시선이 소몰이꾼의 눈을 따라 풍경을 바라보게 되는 구도의 그림이다. 늦은 오후의 황금빛 햇살이 네덜란드 시골 일상의 한 장면을 비추고 있다. 이 그림과 같은 금빛 햇살이 코이프 작품의 특징으로 17세기 네덜란드 지역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27  강풍 속 네덜라드 배와 작은 배들   ─   빌럼 판 더 펠더

빌럼 판 더 펠더는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에서 바다 풍경화로 인기가 높았으며 그의 가족 중에도 화가가 많았다. 판더 더 펠더 부자의 역동적인 바다 풍경은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이용하여 부를 얻고 국방을 강화했던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빌럼 더 판 펠더의 후기 작품들은 18세기 영국에서 바다 풍경화가 발달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28  작은 집이 있는 숲 풍경   ─  메인더르트 호베마

이 작품은 호베마의 고향인 암스테르담 근처 할렘 주변의 숲을 배경으로 그린 것으로 실제 풍경이 아니라 호베마가 즐겨 사용했던 다양한 소재를 조합하여 이상적인 전원 모습을 떠올리게 한 상상의 풍경화이다. 호베마는 이 작품과 같은 작은 인물들이 있는 섬세한 숲속 풍경을 많이 그렸다.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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