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어제 집사람이 아들 옷을 사준다고 롯데백화점에 아들을 데리고 가서 서너 시간을 보내고 왔다. 집에 와서 내놓은 것이 영화관람권 두 장.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것을 백화점에서 주었는데 날짜가 내일까지라고 하면서 이것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래서 날짜 지나기 전에 사용한다고 바로 롯데시네마 사이트에서 표를 예매했다. 화제의 영화 '귀향'. 어찌 볼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마침 잘 되었다 생각하고 예매했다.

예매하고 났더니 아들이 관람권의 날짜가 오늘까지가 아니라 내년까지 라고 했다. 다시 보니 2017년이네. 그게 무슨 상관이랴. 아들은 안본다고 하여 집사람과 둘이 다녀왔다.


주연을 맡은 소녀 강하나. 참 곱다. 재일교포 4세이며 연기를 공부 중이란다. 조정래 감독이 일본에서 연기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일본어에 당연히 능통하고 한국말도 잘 하기에.

1943년. 거창 산골의 소녀는 이렇게 끌려 갔다.


영화가 끝나고 후원자 명단과 함께 그때 고생하셨던 분들께서 그린 그림들이 화면에 하나씩 올라온다.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그랬다. 감독은 이 그림을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강제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태워졌다.ㅠ.ㅠ

어이할꼬. 

살풀이 춤을 전공한 춤꾼이라는 최리.

4.3사건을 다룬 지슬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 귀향에서도 굿을 모티브로 하여 풀어낸다. 진혼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이들도 '용서'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꽃같은 소녀들을 지옥으로 끌고간 백정들, 그들을 용서할 수 있나? 굿을 통해 귀향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좋았다. 영화 자체는 너무 좋았다. 잘 만든 좋은 영화다.

그들 중에서 착한 놈은 있다며 빠가야로 하나 끼워 넣은 것도, 그 놈들에 대한 판단이 유보된 것은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그놈들에 대한 관심을 접고 '소녀들'에 촛점을 맞추었기에 영화가 끝나고도 가슴속을 먹먹하게 하는 여운이 깊고 길게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강하늘이 연기한 정민이가 그 힘든 고통을 겪고 귀향하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혼만 굿을 통해 돌아오는 귀향이었다. 수십년 그 땅에 버려져 있다가 이제서야 혼만 귀신이 되어 돌아오는 귀향이었다. 하.....

이렇게 보기 좋았는데.... 이런 소녀들을......

이렇게 그냥.....그냥 이렇게....

엄마를 자꾸 부르며 무릎에 머리 기대고 칭얼대는 아기...저리 예쁜 아기를....

영화 마지막 타이틀 롤 올라가는 것 끝까지 보고 나왔다. 7만5천 여 명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뜻있는 연기자들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진 영화.

반응이 꽤 좋다. 롯데시네마 노원관의 2개 관에서 상영 중이다. 9관 조조 상영에 자리가 거의 다 채워졌다. 대박 나야하는 영화다. 그러할 것이다.

얼라덜이 많이 찾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일까? 시작부터 끝까지 조용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2차 매체로 다시 발매되겠지. 그 때 다시보자.


나중에 알고 보니..................

http://m.star.mt.co.kr/view.html?no=2016022608441534393#imadnews

728x90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공습  (0) 2016.07.14
Kill Command  (0) 2016.06.21
에코 이펙트(2016)  (0) 2016.06.19
더 건맨(2015)  (0) 2016.06.18
1944  (0) 2016.02.17
728x90


2차 대전 말기. 에스토니아.

소련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에스토니아에 독일군이 들어오고 그들이 독립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건만 그들은 그들을 대신하여 총맞을 병사가 필요했을 뿐.

그렇게 독일 점령 지역에서 독일군으로 징병, 소련 점령 지역에서는 소련군으로 징병. 그렇게 나뉜 같은 나라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벌인다.

영화 중반 즈음, 숲 초입의 도로가에서 전투가 시작된다. 여럿이 죽는다. 둘이 전투중 총을 쏘고 하나는 맞는다. 굳어버리는 둘의 얼굴. 나중에 나오는데 친구였단다. 독일군 쪽에서 병력을 뒤로 물리기 위해 지휘자가 소리를 지르는데, 에스토니아 말이었던 것 같다. 소련군 쪽 지휘자가 전투를 멈춘다. 에스토니아 인이라고 소리치면서.

인상적이었다. 서로 적대국의 군복을 입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총을 쏘다가 소련과 독일이 아닌 에스토니아 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전투를 멈추었다. 땅바닥을 기면서 총을 쏘다가 그렇게 전투가 멈추고는 멍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멀어진다.

인상적이었다. 같은 국가 사람이라는 것이 이들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에스토니아 영화. 에스토니아에서는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880명의 관객이 들었단다.

cnrk: 봄버(The Bomber)라는 러시아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도 그런데...소련군은 참 전쟁을 힘들게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와의 전쟁이외에 자신들과의 전쟁에도 힘겨워 한다는 것. 인민위원회. 숙청.

또 추가: 영화 포스터 저거 누가 만들었을까. 영화는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같은 나라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민족 상잔의 아픔 쪽으로 홍보 방향을 잡았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극장은 버리고 온라인으로 간 것이니 별로 관심이 없었을지도.


728x90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공습  (0) 2016.07.14
Kill Command  (0) 2016.06.21
에코 이펙트(2016)  (0) 2016.06.19
더 건맨(2015)  (0) 2016.06.18
귀향  (1) 2016.02.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