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모처럼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명절을 낀 연휴는 연휴가 아니다. 명절에는 초과근무를 해야 하기에. 과도한 연휴 근무를 마치고 퍼져 있다가 모처럼 몸을 움직여 보았다.
뒷산. 불암산.
요렇게 가볍게 다녀왔다. 학도암-헬기장 트레일.
지도에 마크 표시가 있는 곳이 촬영 뽀인트.
구글 어스에 경로 파일을 올려 보았다.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준다.
지형도로는 이렇게 나온다.
새로 구입한 헌 카메라를 손에 익혀볼 겸 동반했다. 24-2000mm의 광학줌이 가능한 카메라. 니콘 P900S.
9시 50분, 집을 나선다. 저 위로 불암산 꼭지가 보인다.
도대체 모르겠다. 엘로카펫? 벽에다 이렇게 페인트 칠해 놓으면 뭐가 달라지는지...
불암초교 축대를 지나간다. 담쟁이 덩쿨이 좋아보인다.
얼레? 없던 것이 생겼다. 못들어가나?
그렇지. 몰지각한 산행객들의 행위로 주민이 불편했던 것이야.
저짝으로 가면 민가가 있다. 그래서 옆으로 튼다.
움직이지 않던 노구를 끌고 가려니 벌써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불암산 둘레길. 왼쪽은 정상 방향. 위로 간다.
불암산은 화강암 덩어리가. 판상 절리쯤 될까. 그것이 또 깨져나가고 있다.
롱 타임 노씨. 학도암이다. 저 축대 위에.
저 두 건물이 없었는데, 신축했다. 콘크리트. 튼튼하겠다?
대웅전에서는 법회가 진행중이다. 돌아선다.
대웅전 뒷편의 절벽에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있다.
요렇게.
더 당겨본다.
코스모스가 한껏 피어올랐다.
계곡. 여름에 비가 오면 물이 흐른다.
샘. 겨울에는 얼음이 언다.
화강암이 심층풍화되면 모래로 부서진다. 그 비탈을 오르기는 쉽지 않다. 자꾸 미끄러져서. 그래서 중간 중간에 목재 혹은 석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혹가다 모래에 미끄러지기도 한다.
미끄러졌을 때의 대처법 :
1.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로 부터 신속하게 대피한다. 쪽팔린다.
2. 먼지를 털고 용의복장을 정비한다. 등산은 패션이다.
3. 다친 데가 혹시 있는지 확인한다. 아파도 참는다.
못보던 전망 데크가 생겼다. 올라가 본다.
별내 쪽을 보니 아파트 단지로 채워졌다.
노원 쪽을 보니 역시나 아파트. 옛날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충격적인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석양의 역광으로 보이던 아파트들의 모습. 그 이후에도 볼 때마다 새롭다.
돌 덩어리 불암산.
노원의 명소. 쓰레기 소각장.
이 흉물도 보인다. 카메라의 망원. 연무로 인해 깨끗한 화상은 나오질 않는다.
저짝으로 가면 천보사니까 이짝으로 간다.
학생들 같던데.... 젊은 담임이 자원한 학생들과 올라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뭇가지에 뭔가 달려 있다.
절리 간다.
사람들이 많을 때면 내려오는 사람들과 올라가는 사람들이 번갈아 움직여야 하는 병목 구간이다.
이런 것을... 에이 그냥 산불 조심하자.
산 위에 손질된 돌들이 있길래 뭔가 했더니 산성의 흔적이라고 주장한다.
목표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불암산 헬기장이다.
저것이 눈에 거슬렸었다. 빙과류와 막걸리, 컵라면, 간단한 안주류를 판매했었다. 여러가지 역학 관계의 흐름 및 money flow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었었다.
에이치!
카메라의 액정이 돌아가고 뒤집어지니 셀피 촬영도 가능하긴 하다.
이쪽에서 보니 산성의 흔적이 더 그럴듯 하다.
집에서 보면 이렇게 돌덩어리 절벽으로 보이는 쪽으로 해서 하산한다.
콘크리트 아파트들의 숲.
조그 우리집에 보인다.
삼각대가 없으니 망원줌에서 흔들림이 심하다.
면허시험장도 좌악 땅겨 보여진다. 카메라를 망원경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더니!
노원고등학교도 땡겨진다.
건너편의 북한산도 땡겨본다.
서울타워도 땡긴다.
대충 놀고 내려간다. 땀 다 식을라.
셀피 하나 남기도. 이건 스맛폰 사용.
길이 이상하다. 아까 올라왔던 길이 아니다. 이리 가도 되지만 이쪽은 절벽을 조금 매달리며 내려가야 한다. 무섭다.ㅠ.ㅠ 돌아선다.
갈림길 뽀인트.
학도암 트레일로 내려간다.
법회가 끝났다. 조용하다. 그런데. 이곳을 다시 찾은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대웅전 옆에 약수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목마른 길손들이 목을 축일 수 있었다.
그런데 콘크리트 법당을 증축하면서 그것이 없어졌다.
부처님. 매정하게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부처님은 말씀이 없으시다.
등산로 옆에 있던 바위인데 어떤 아저씨가 뭔가 보고 있다.
참...나.....
불암산을 다 내려왔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보인다. 패총이라 배웠는데, 언젠가부터 조개무지라 하더라. 이 조개무지는 어떤 시대의 흔적일까.
복잡하다. 다시 골치 아프다.
아직 가로수의 단풍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천천히 천천히 움직였더니 너무 오래 걸렸다. 1시간 반이면 다녀오는 코스인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다. 겨우 5.3km 거리. 평균 시속 2.4km로 이동.
오늘의 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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