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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9일. 규봉암, 화순적벽, 연둔리 숲정이 등을 가까이에서 혹은 멀리서 구경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11시. 무등산 자락에 들어앉은 아름다운 '도원명품마을'을 방문하였다.

 

도원마을은 안양산과 무등산 사이의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는데, 멀리 보이는 규봉암을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이다.

 

규봉암은 무등산 입석대 아래 남동쪽 1.6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광석대, 설법대, 은신대, 송하대 등 여러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어 신비로운 경관을 뽐내는 곳이다. 화순군이 자랑하는 "화순8경" 중에 제6경이 규봉암이다.

약 8,7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멋진 주상절리 지형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무릎이 흔들려 해발 900m를 오르지 못하고 멀리서 사진 확대만 하고 있다.ㅠ.ㅠ

 

멋진 산을 올라 기가막힌 경관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종만 치며 돌아섰다.

 



11시 30분. "화순8경" 중의 제1경인 화순적벽에 도착하였다.

 

무등산권 지오파크에 속한 곳이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차량 뿐 아니라 도로로 들어가볼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숨겨진 곳이 궁금하다.^^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보성강으로 흘러드는 동복천의 상류, 이 동네에서는 창랑천이라고도 부르는 곳에는 곡류하면서 흐르는 하천의 공격사면에 해당하는 쪽에 높고 가파는 절벽이 여럿 나타난다.

옹성산 서쪽으로 가장 규모가 큰 장항적벽(노루목적벽이라고 불린다.), 망향정 서쪽 아래의 보산적벽, 창랑천 변의 창랑적벽, 물염정 맞은 편의 물염적벽이 네 곳이 유명하다.

화순적벽은,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동복천 상류의 약 7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화순적벽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이는 신재 최산두(1483∼1536). 1519년 기묘사화(己卯士禍)에 연루돼 동복으로 유배를 왔던 그는, 화순적벽의 풍광이 “중국 양쯔강(楊子江)의 적벽에 버금가는 천하절경”이라고 감탄했다.

화순적벽 풍광이 아무리 좋아도 사화에 분통이 터진 그는 술로 소일하는 날이 많았다. 술은 근심을 잊게 해주는 ‘망우물(忘憂物)’이라 했던가.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좋았던 그는 만취하면 운명의 역린을 배설하듯 시를 읊었다.

화순적벽 건너편엔 ‘물염정’이란 정자가 있다. 물염정은, 물염공 송정순(1521~1584)이 “세상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고 티끌 없이 살겠다(勿染)”라며 지은 띠집이 나중에 정자가 된 곳이다. 이 물염정에 최산두가 남긴 시 두 줄이 또 하나의 적벽처럼 남아 있다.

 

아프고 슬픈 사연의 이력으로 치면 화순적벽을 품은 동복천도 비할 데가 드물다. 동복천은 백아산에서 물길을 일으켜 세운 창랑천과 무등산 동쪽에서 발원한 영신천이 만나 한 내를 이뤘다. 수량이 맑고 풍부한 동복천은 사람들은 ‘달천’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적벽을 휘감고 흐른다 하여 ‘적벽강’이라고도 불렀다. 유려한 물의 흐름이 어찌나 좋았던지 1982년에는 ‘전남지방문화재 기념물 제68호’로 지정되기도 했었다. 역설적으로 더없이 맑고 깨끗하고 풍성한 물이었기에 동복천의 수난사는 시작되었다.

인근 광주시와 화순읍민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섬진강 지류인 동복천에 동복댐이 건설된 것이다. 1970년의 1차 공사, 1983년의 2차 공사가 끝났지만, 1984년에 바로 댐 높이를 2배 이상 높이는 확장 공사가 진행되어 1985년 높이 44.7m, 길이 188m 규모의 동복댐이 세워졌다.

그 결과 당시 관광명소였던 화순적벽의 절반가량을 물에 잠기게 만들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던 노루목적벽은 현재의 수면 아래로 30~40m는 더 아래로 내려가야 적벽의 온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노루목적벽은 옹성산 서쪽 아래로 위치한다. 물에 잠긴 현재의 모습으로도 위용이 대단하다.

 

노루목적벽의 건너편에 망향정이 건립되어 있으며, 화순군에서 운영하는 '적벽투어'를 신청하여 이곳에서 노루목적벽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2025년 3월 중에는 운영하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물 아래 잠긴 것은 화순적벽의 풍광만이 아니었다. 동복댐 공사로 대대로 살아오던 15개 마을이 수몰되었다. 이서면 서리, 월평마을, 장월마을, 보산마을, 난산마을, 장항마을, 학당마을, 창랑마을, 물염마을, 석림마을, 석보마을, 전도마을, 야사리의 일부, 백아면 와천리, 다곡리, 임곡리 일부. 동복댐 공사로 마을이 완전 수몰되거나 일부 수몰된 마을들이다. 동복댐 건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화순군 이서면과 백아면 15개 마을, 약 800세대, 약 6,000명의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황망하게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이 '동복댐 이주민협회'를 1995년에 설립하고, 1999년 화순적벽 맞은편에 '망향정'과 '망향동산'을 조성하였다.

(※ 화순적벽과 관련된 사연에 대해서는 화순군에서 발행한 이주빈 저 <화순 인문여행>을 아주 많이 참고하였다.)

 

망향정에서는 노루목적벽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바로 서쪽 아래 위치한 보산적벽은 볼 수 없는...

 

화순 "적벽투어"는 이서면 야사리의 동면중학교 이서분교장(폐교)에서 출발한다. 3~11월 사이에 운영한다고는 되어 있는데, 2025년 3월에는 아직이었다.

 

12시 20분. 두부요리로 유명한 큰 식당을 들렀다. '국보'급이다.^^

창랑적벽, 물염적벽을 볼 수 있는 창랑리로 이동하던 중 살짝 담양군 가사문학면을 걸쳤다가 지나간다.

 

1시. 물염적벽과 너무나도 아름답게 어울리게 자리잡은 물염정을 찾았다.

 

물염정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화순적벽 중 한 곳인 물염적벽을 조망하는 산수가 수려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물염정은 명종 때 문과급제하였던 勿染 송정순이 16세기 중엽에 건립한 정자라고 알려져 있다. 후에 외손자들에게 물려 주었고 수차례 중수와 보수를 하였다.

명승지에 위치하여 많은 명사들이 찾았으며 그들이 물염정과 물염적벽을 노래한 시액들이 다수 걸려 있다.

 

물염정 앞에는 김삿갓의 시비도 건립되어 있다.

 

동복천인 창랑천의 한쪽 벽을 이루는 절벽이다. 이렇게만 보면 그냥 '적벽'이다.

 

그런데 이렇게 물염정과 함께 하면 그때 '물염적벽'이 완성된다. 참으로 멋진 곳이다.

 

물염정에서 창랑천을 따라 동복호 쪽으로 한구비 돌면 창랑적벽이 나타난다.

 

도로 옆에 약간의 주차 공간과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창랑적벽의 경치를 맛보고 지나갈 수 있다.

 

창랑적벽의 암석층이 잘 드러나 있다.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기는 하지만 얇게 차곡차곡 쌓인 모습을 보인다. 퇴적층이 잘 드러나는 퇴적암이다.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 화산진, 암석 조각 등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의 일종인 응회암이다. 화산쇄설암이라고도 불리며, 독특한 생성 과정과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화산적벽 일대에 나타나는 응회암층을 따라 "적벽응회암"이라 칭하고 있다.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화순적벽의 모습을 하늘에서 살펴본 영상이 있더라.

https://youtu.be/IJCVhacBtGo


 

화순적벽에 흠뻑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동을 시작했다. 연둔리로 갔다.

 

 

2시 10분. '화순8경' 중에서 제7경에 해당하는 연둔리 숲정이에 도착하였다.

 

'숲정이'란 "마을근처 숲"이라는 순 우리말로 2002년에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는 '아름다운 마을숲'에 선정되었다.

 

숲정이가 있는 둔동 마을은 1550년경 주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하였는데, 마을 앞을 흐르며 생활용수 및 농업 용수를 공급해주는 동복천이 종종 범람하여 큰 피해를 주곤 했던 모양이다. 동복천의 홍수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현재 마을 앞쪽 남북 방향으로 약 1km에 걸쳐 숲정이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아홉군대에 인공구조물인 防川(둑)을 만들었는데, 홍수 발생시 물의 흐름을 조절하여 강둑의 범람을 막고, 나무와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상들의 치수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연둔리 숲정이는 국가유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둔동 마을에서 동복천을 건너는 보행교. 멋진 다리다.

 

보행교에서 놀고 있는 여행자들.

 

마을사람들은 나무를 보호하고, 나무는 모여서 마을과 사람들을 보호하는 상호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을 방문하였다.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2025년 3월 20일 아침. 너릿재옛길을 들렀다가 화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 기억을 찾아 세량지로 달려갔다. 그랬다. 그런데... 아... 그런데....

 

다시 보자... 입구가 차단되어 있었다.

 

AI라니... 인공지능?

 

2025년 3월 세량지에서는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킁!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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