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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

17세기 후반부터 계몽사상이 확산되어 사람의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18세기 들어 절대 왕정의 쇠락과 동시에 교회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신과 왕의 권위를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점차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그림은 종교와 사상을 담는 매체를 넘어 개인적 목적을 위해서도 활발히 제작되었으며,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이 많이 그려지면서 화가의 시선은 개인의 삶으로 향하게 되었다.

18세기는 그랜드 투어의 시대였는데,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들이 엘리트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 유럽, 특히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문화적 현상이었다. 그랜드 투어에 이어 여행이 유행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중시하는 낭만주의가 전해지면서 풍경화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29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   안토니 반 다이크

두 사람의 자세와 옷은 모두 이들의 부유함, 세련됨 그리고 높은 신분이 돋보이도록 계산된 것이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를 택하여 두 사람이 내려다보게 된다. 레녹스 공작가의 두 아들은 1639년에 하인 6명과 함께 100파운드의 돈을 들고 3년간 해외 여행을 허락받았다. 이 초상화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안토니 반 다이크는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루벤스와 더불어 17세기의 중요한 플랑드르 화가 중 하나이다. 그는 특히 초상화에서 부유한 고객들이 입고 있는 고급 직물의 반짝임을 숨 막히도록 아름답게 마감하는 능력으로 인기가 높았다.

 

30  베네치아 카나레조 입구    ─   카날레토

카날레토는 베네치아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린 감상적인 풍경화로 유명했는데, 자세하고 정확한 카날레토의 그림을 좋아하던 영국인들이 당시 유행한 그랜드 투어 기념품으로 사서 영국으로 많이 가져갔다. 여행지에 가서 기념엽서를 구입하는 것처럼. 작품 수요가 많아지자 카날레토는 잘 조직된 공방을 운영하며 인기 많은 작품 중 몇 점을 골라 여러편 제작하도록 하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 

카날레토는 카메라 옵스쿠라를 사용하여 작품을 그리기 위한 드로잉을 꼼꼼하게 준비하였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대상을 비추어 화폭에 반사시키는 장치로 풍경을 보고 그자리에서 그대로 옮겨 그릴 수 있었다. 이렇게 그린 드로잉을 토대로 작업실에서 그림을 구성하였는데, 약간씩 변형하여 여러 점의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31  베네치아 카스텔로의 산 피에트로    ─   카날레토(조반니 안토니오 카날)

산 피에트로는 베네치아 동부의 작은 섬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고 상인이나 노동자들이 바쁘게 일하는 조용한 지역이었다. 카날레토 이전에 베네치아 풍경을 담은 화가들은 대개 큰 행사 장면을 많이 그렸으나 카날레토는 일반인들의 일상을 아름답고 품위있게 그려내어 여행 기념품으로 매우 매력적이었다.

 

32  어부들이 있는 강    ─   클로드 조제프 베르네

베르네는 아비뇽 출신으로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풍경화가였다. 클로드 로랭과 푸생의 전통을 잇는 평화로운 이탈리아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했으며, 폭풍과 달밤 풍경을 잘 그리는 화가이기도 했다. 이 그림은 여러 개의 대각선으로 구도가 구성되어 있다. 강 양쪽의 높은 절벽은 연극무대의 양끝과 같은 역할을 하여 구불구불한 강과 함께 그림 속 풍경이 멀리까지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베르네의 뛰어난 공기 원근법으로 거리감이 더 강조되었으며, 먼 곳을 볼 때 색채와 형태를 보는 시선이 대기의 영향을 받게 됨을 잘 표현하였다.

 

33  존 스콘(추정)    ─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

폼페오 지롤라니 바토니는 18세기 로마에서 초상화가로 유명했다. 그는 특히 그랜드 투어 중 로마에 들른 영국 귀족들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초상을 많이 그렸다. 바토니는 그림의 단순한 배경에 그림자를 넣어 대각선 구도가 두드러지게 하여 스콧이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로 시선을 이끌었다. 이러한 구도를 만드는 것은 역시 고급스러운 옷감을 표현하는데 뛰어났던 16세기 초상화가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가 즐겨 활용했던 장치이다. 이 그림은 아름다운 의상의 정교한 묘사와 인물의 얼굴 표현 모두가 시선을 끈다. 그리하여 그랜드 투어 중인 영국인 사이에서 바토니의 초상화는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34  기사를 맞이하는 여인    ─   피에트로 롱기

피에트로 롱기는 이 작품처럼 18세기 베네치아 실내에서 보내는 일상에 약간 풍자를 담은 작은 크기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안주인인 우아한 여인이 한 멋진 신사를 맞이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멋지게 성장을 한 두 사람 위에 그림 속에는 비너스옆의 큐피드가 화을 내려놓고 있다. 화살을 이미 쏜 것이다. 그림 속 그림에는 성욕을 상징하는 신인 판의 모습도 보인다. 자기 일감은 던져 놓은 게으른 귀부인과 그녀를 유혹하는 신사의 모습은 당시 상류층의 비도적인 행동을 풍자하는 것으로 이런 그림은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것이었다.

 

35  여인(마담 드 글레옹 추정)    ─   장 바티스트 그뢰즈

푸른 비단 망토를 입은 여성이 석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1750년대 프랑스에서 유행한 머리 스타일인 '테트 드 무통(염소의 머리)'을 하였는데, 줄지어 땋은 곱슬머리가 특징이다. 그림 밖의 누군가를 바라보는 편안한 표정과 자세는 격식을 덜 차린 것을 선호했던 이 시기 프랑스 초상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컷워크 레이스로 만든 섬세하고 화려한 소매가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그뢰즈는 당시 유력한 귀족들의 초상과 어린아이들의 감정적·지적 발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그림들로 잘 알려져 있다.

 

36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   프란시스코 데 고야

고야는 18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이자 판화가로 궁정화가로 일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고야의 뛰어난 초상화 중 하나로 여겨졌다.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녀가 입은 옷은 전통적으로는 낮은 계급 여성들인 마하(maja)의 복식이엇으나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는 스페인의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였다. 검은색 물감을 이리저리 발라 표현된 레이스 숄의 투명함에서 고야의 뛰어난 재능을 볼 수 있다.

1980년에 촬영된 X선 영상을 보면 이 그림은 웨이스트코트와 줄무늬 재킷을 입은 한 남성의 초상화 위에 덧그려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캔버스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주문자의 상황도 갑자기 변할 수 있어 캔버스를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37  의사 랄프 숌버그    ─   토머스 게인즈버러

게인즈버러는 원래 풍경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족이 생기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초상화를 그렸다. 부유한 상류층 고객들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고자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의 유려한 붓질, 우아한 포즈와 고급 옷감 등의 감각적인 표현을 연구하여 숙명의 라이벌인 조슈아 레이놀즈와 함께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가가 되었다. 게인즈버러는 바스에 있는 동안 자신의 건강 문제를 상담해주고 자꾸만 재발하는 큰딸의 정신질환을 진료해준 의사 4명의 초상화를 그렸다. 이 그림은 진료비 대신 그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숌버그의 진단은 오진이었으며 후일 교회 모금함에서 돈을 훔치다가 발각되어 바스에서 도망쳤다고 한다.

 

38  찰스 윌리엄 램튼    ─   토머스 로렌스

로렌스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의 하나로 낭만주의의 대표 작품을 여러 점 그려냈다. 조지 3세의 궁정화가로 임명되었으며 기사로 서임받기도 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유명한데, 이 그림은 특히 로렌스의 걸작으로 꼽히며 1967년 영국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이 될 정도가 인기가 높았다. Red Boy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존 조지 램튼 백작의 주문으로 1825년 그의 아들 찰스 위리엄 램튼의 6~7세 무렵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안타깝게도 찰스 램튼은 13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The Red Boy 우표는 이렇게 나왔다. 구글에서 검색한 이미지이다.

 

39  로버트 퍼거슨과 로널드 퍼거슨(활쏘는 사람들)    ─   헨리 레이번

헨리 레이번은 거의 초상화만 그렸던 화가이다. 더 크게 성공하려고 런던으로 가는 대신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스코틀랜드에서만 활동한 최초의 화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레이번이 활동한 초기에 그의 명성을 확고하게 높여준 작품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스코틀랜드에서는 계몽주의의 전파로 고전주의와 고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사상과 미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림 속의 형제들도 당시 재유행하며 품위있는 취미로 여겨진 궁술을 즐기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이다. 이후 두 형제는 후에 왕실 궁수부대의 일원이 되었다.

 

40  기도대 앞에 무릎 꿇은 소녀    ─   데이비드 윌키

스코틀랜드의 화가 데이비드 윌키가 그린 이 작은 초상화는 풍부한 색감과 화가의 뛰어난 기술로 깊은 인상을 준다. 그림 속 소녀는 멀그레이브 백작의 4남5녀 중 오거스타 핍스의 12세 때 모습으로 추정된다. 이 초상화가 그려진 1813년 오거스타가 세상을 떠났으므로 그림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죽은 딸을 추모하려고 주문한 그림일 것은 아닐지...

 

41  성 우스술라의 출항    ─   클로드 로랭

클로드 로랭은 프랑스 북동부 로렌 공국 출신으로 1628년경 로마에 완전히 정착하였다. 이 그림은 교황 우르바노 8세의 비서실장 파우스토 폴리의 주문으로 그려진 것으로 로마로 순례 여행을 떠났던 브리튼의 공주 우르슬라의 순교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클로드 로랭은 18~19세기 풍경화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지주들이 저택의 정원을 클로드 로랭의 그림 속 풍경과 유사하게 작업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42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의 한 명인 터너는 낭만주의 시기 회화, 판화, 수채화 등을 그렸다. 그는 그림의 중심 구성 요소로 색채와 대기에 큰 관심을 보이며 큰 붓으로 물감을 칠해 '빛의 화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그림은 그리스 신화의 헤로와 레안드로스 이야기를 표현한 것인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인 바이런이 시로 쓴 이야기에 매료되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터너는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에서 볼 수 있는 고전적 균형을 갖춘 구도, 표현적 색채의 사용 그리고 대기의 효과에서 영감을 얻었다.

 

43  머큐리와 거짓말쟁이 나무꾼이 있는 풍경    ─   살바토르 로사

정직함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나뭇꾼의 은도끼, 금도끼 이야기이다. 그림에서는 이야기의 내용보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아래 부서진 나무와 우거진 풀숲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장엄한 풍경이다. 로사는 이 시기 격정적인 풍경화에 관심을 가졌고 1661년 베네치아 여행에서 영향을 받아 빛과 색채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빠른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 로사의 작품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의 낭만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44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   존 컨스터블

컨스터블은 주로 자신이 태어나고 활동했던 서포크의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들처럼 고향의 일상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과 위엄을 찾았다. 영국의 미술 수집가들은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풍경을 선호하였지만 컨스터블은 사랑하는 고향 서포크가 점점 산업화되어 완전히 변하기 전에 그 풍경을 기록하고 싶어 자신이 잘 아는 장소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정확하게 묘사하였다. 그림의 공장은 스트랫퍼드 세인트 메리 마을의 외곽 스투어 강에 있는 섬 위에 지어진 수력을 이용하는 종이공장이었다. 아쉽게도 컨스터블이 생존했던 당시에는 영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Ⅳ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등장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관심은 산업 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으로 옮겨졌다. 사진의 등장으로 화가는 대상의 사실적 묘사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튜브 물감의 발명으로 야외에서도 자유로운 작업이 가능해졌다. 인상주의자들은 이러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색채를 화폭에 담고자 하였다. 이제 르네상스 이후 이어졌던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벗어서 화가의 눈에 보이는 독창적인 색채나 구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화가들이 미술의 새로운 주제와 표현 방식을 선택하게 된 원인은 당시 미술시장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부와 권력을 갖게 된 신흥 중산층이 새로운 미술품 구입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림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유통되었고, 미술 시장에서 작품이 팔리려면 화가 개인의 독창성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더욱이 사진이 등장하면서 화가는 그림에 사실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했다. 인상주의의 등장이었다.

 

45  작업실의 난로    ─   폴 세잔

그림은 파리라는 도시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궁핍한 삶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림은 세잔의 초기작으로 화실에 있는 물건들을 보이는대로 그린 정물화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세심하게 배치하고 그린 작품이다. 세잔은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정확하게 기록하고자 하였으며 푸생 그림의 특징인 영속성 있는 고전적 구성과 자신이 실제로 관찰한 자연의 모습을 일치시키고자 하였다. 그는 이를 위해 사물의 형태와 색을 단순화해 질서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었는데, 19세기말의 인상주의와 20세기초의 큐비즘 사이에서 가교 노릇을 화가로 평가된다. 큐비즘은 피카소가 대표적.

 

46  와인잔    ─   존 싱어 사전트

존 싱어 사전트가 이 그늘진 정자를 그린 것은 겨우 열아홉 살 때였다. 그림은 가볍게 그린 느낌이지만 구성에 매우 공을 들였다. 대각선 여러 개와 서로 대조적인 표면이 그림을 나눈다. 사전트는 특히 빛이 비치는 모습과 다양한 재질과 질감 위에 떨어지는 빛의 효과에 관심을 가졌다. 빛의 효과에 대한 깊은 관심과 물감을 잔뜩 바른 캔버스에 바로 칠하는 유려한 붓 사용법은 인상주의의 영향을 보여준다.

 

47  기울어진 나무    ─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

1860년대 초반 카미유 코로는 평화로운 호수와 그 옆에 자작나무가 있는 이 풍경과 유사한 그림을 여러 번 그렸다. 이 작품에서는 나무들의 형태만 남겨 도식화하였고 전체적인 구성에서 장식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화면은 아주 작은 붓 터치들로 채워져 반짝이는 듯한 효과를 주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형태가 흐릿하게 사라진다. 이러한 표현법과 회색과 초록색으로 제한된 색채의 사용은 이 시기 코로 화풍이 변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48  목욕하는 사람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르누아르는 1881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후 고전적 전통을 따르는 누드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는데, 짧은 붓 터치와 보색으로 대상의 빛과 움직임을 표현했다. 르누아르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달리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섬세하고 우아한 양식에도 강하게 끌렸다. 이 시기 그의 화풍은 선을 강조하는 고전적 방향으로 변화하였으나 이 그림에서는 번진 듯한 느낌을 붓으로 표현하여 모델과 그녀 주변 풍경이 더 감각적으로 보이게 하였다.

 

49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   에두아르 마네

마네는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리기를 선호하고 근대 삶의 모습에서 주제를 택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작업을 하였다. 카페 콩세르는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담배와 술을 즐기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가벼운 노래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던 곳으로, 특히 인상주의와 관련있는 예술가들과 문필가들이 만나던 장소이기도 했다. 마네는 술잔 여러 개를 들고도 술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던 종업원에게 감탄하여 자기 작업실에 와서 모델이 되어 달라고 제안했고, 그녀는 보호자가 동행하며 돈을 받는 조건으로 수락하였다고 한다. 계획했던 큰 그림을 둘로 나누어 완성한 작품이다. 이 그림의 왼쪽 부분에 해당하는 작품 <카페에서>는 스위스 빈터투어에 소장중.

 

50  창문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    ─   폴 고갱

1880년경 고갱은 <과일 접시, 유리잔, 사과가 있는 정물>을 비롯한 세잔의 그림 6점을 구입하였다. 이 작품은 고갱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최고의 보석'이라고까지 말한 세잔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극심한 가난 때문에 타히티로 이주하였는데 그의 작품들 모두 타히티에서 그려졌다. 고갱은 원시적이라고 여겼던 타히티 미술의 강렬함과 단순함에 영감을 받았다. 현재의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대중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그의 사후 1906년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 이후였다.

 

51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   빈센트 반 고흐

오늘날 반 고흐는 가장 인기있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의 한 명으로 평가받지만 살아 있을 때는 그림을 거의 한장도 팔지 못해 빈곤하게 생활하였고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작업 방식에 확신을 갖고 그림 작업을 짓속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감정을 담은 표현적인 밝은 색채와 유화 물감을 겹쳐 두껍게 칠하는 에너지 넘치는 임파스토 기법을 특징으로 한다. 이 그림은 1980년경 입원했던 정신병원의 '버려진 정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52  붓꽃    ─   클로드 모네

모네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 풍경화가이다. 붓꽃은 모네가 가장 좋아했던 꽃으로 그의 정원에서 그린 그림이다. 20여 점을 그린 붓꽃 연작에 속한 작품들을 그리며 모네는 두껍고 대담한 붓으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물감을 칠했고 캔버스의 밝은 흰 바탕이 드러난 채로 내버려둔 작품도 있다. 이 그림을 그렸을 때 모네가 백내장으로 양쪽 눈 모두 시력이 온전하지 못했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두 52점의 작품들이 전시(도록에 나와있는 2 점은 전시에서 제외된 것 같다. 아니면 못 찾았나??)되었다고 하였다. 시간대별로 나누어 입장하도록 조절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관람객들이 많았다. 

 

출구 쪽에서는 명화들이 전시된 그때 그시절 그곳의 전시장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출구의 기념품점에서 도록을 구입하였다. 36,000원. 비닐 포장을 벗기질 않길 잘했다. 아주 잘했다. 귀가길에 내리는 비를 그냥 맞을 수 밖에 없었는데....

(위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은 모두 이 도록에서 발췌한 것이다.)

 

집을 나올 때는 괜찮았는데 전시장에서 나오니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 귀가길의 쌀쌀한 날씨에 비를 맞아 얼어가던 몸을 따스한 얼그레이 한잔으로 녹이고 귀가하였다.

 

뭔가 품격같은 것이 좀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하루가 되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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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였다. 건물이 참 멋진 곳이다.

 

옆지기가 세계의 명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 소식을 알아내곤 같이 가주시겠다 하여 따라갔다.^^

한국과 영국 수교(1883)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전시하고 있다. 3개월 동안의 전시회였지만 10월 9일까지라 며칠 남지 않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관람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살피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우리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정의 조율하고 입장권을 예약구매하였다. 2023년 10월 4일 오후 1시 30분 표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전시회이므로 입장객이 몰리지 않도록 2주 간격으로 입장권을 판매하였고, 30분 간격으로 한정수량 판매했다고 한다. 성인 1인의 정상 가격은 18,000원이다. 비싸다.ㅎㅎ


오후 1시 반으로 예매한지라 도착하여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고 집에서 11시쯤 출발하였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 하차하여 연결 통로를 통해 갈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간다. 좋은 시설이다. 무빙워크.

 

역시 평일이 좋다. 여유있게 박물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대나무가 시원하게 뻗어올라가고 있다.

 

입구의 매표소에서 예매했던 표를 출력받아야 한다.

 

입장권이다. 

 

특별전시는 본관의 상설전시관 서쪽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에서 이루어진다.

 

커다란 화면 속에서 호랑이가 왔다갔다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촬영한 영상을 겹쳐서 보여준다. 자기들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약한 1시 반에 딱 맞추어 입장해야 한다. 그래서 거울못 구경도 하고...

 

식당이 모두 만원이라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이식으로 점심을 대신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충 시간에 맞추어 기획전시실로 향하였다.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료 3,000원.

 

각 회차별로 대기번호표를 나누어준다. 25번 단위로 끊어서 입장하게 한다. 관람객이 워낙 많다.

 

전시된 작품들을 창조한 거장들의 출생지 혹은 활동했던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도 전시되어 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등.

 

전시된 명화를 눈으로 만나고 가슴으로 만나고, 스맛폰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나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사진 촬영도 많은 관람객들 사이의 틈새를 노려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전시된 명화들은 르네상스, 분열된 교회, 새로운 시대, 인상주의라는 네가지의 주제로 정리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15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작품들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Ⅰ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

이탈리아는 서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일찍 중세 봉건제가 무너지고 상업과 도시가 발달하였다. 14세기 말 이후 부유한 시민 계층이 출현하면서 고대 학문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종교화에서의 변화도 나타났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전에 대한 관심은 고대 신화 속 신들이 사람을 닮은 모습으로 묘사하게 하였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산과 강, 하늘을 배경으로 사랑, 좌절과 절망, 두려움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왕과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도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게 하였다.

 

1  서재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   ─   안토넬로 다 메시나

45.7 X 36.2cm 크기의 유화이다. 원근법이 정교하게 적용된 작고 섬세한 개인 감상용 그림으로서, 이러한 그림을 '캐비닛 그림'이라고 한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는 유화에 능숙하여 놀랍도록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고 윤곽선을 그리는 대신 색채의 명암을 활용하여 형태를 표현하였다.

 

2  성 제노비오의 세가지 기적   ─   산드로 보티첼리

훗날 피렌체의 수호성인이 된 주교 제노비오의 삶을 그린 연작 4점 중 두번째 작품이다. 벽에 걸어 방을 장식하는 '스팔리에 패널'이라는 유형의 작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마, 소생, 치유의 세 가지 기적이 묘사된 그림이다.

 

3  성모자   ─   조반니 벨리니

베네치아의 화가 벨리니와 그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작은 성모자상은 개인적 종교활동을 위한 그림으로 인기가 아주 높았다. 이 작품은 주문자의 저택에 있는 개인 예배당의 작은 제단에 놓으려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그림은 대부분 조수들이 작업했으나 이 작품은 밑그림이 자세하고 여러번 수정되었으며 아주 비싼 안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벨리니가 직접 작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  聖母子와 세례 요한   ─   라파엘로

라파엘로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아테네 학당> 등의 프레스코화들을 바티칸 교황궁에 그리던 시기에 작은 성모상을 여러 점 그렸는데, 이 그림도 그중 하나로 바티칸의 누군가 개인 묵상을 위해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파엘로는 기하학 지식을 활용하여 그림의 조화를 구현하였는데, 이 그림도 밑변이 넓어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 속 인물들은 배경과 조화되어 깊은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5  아폴로와 다프네   ─   피에로 델 폴라이우올로

피렌체 도시의 전경과 아르노 강의 계곡을 배경으로 고대 신화 속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담은 29.5 X 20cm 크기의 유화이다. 강에 비친 나무 그림자의 섬세한 묘사, 언덕에 흩어져 핀 꽃들, 안개가 자욱한 먼 산의 절묘한 표현은 이 그림이 가까에서 그려진 것임을 알려준다.

 

6  나르키소스   ─   작자 미상

물그릇에 비친 자기 얼굴에 빠져 있는 '나르시스'를 그린 그림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훈련을 받은 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의 작품 속 인물들과 얼굴이 비슷하여 그의 추정자 중 누군가의 작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7  머큐리, 큐피드와 함께 있는 비너스   ─   코레조 Correggio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인물들의 팔다리가 만드는 대각선들을 세심하게 배치하였다. 비너스와 머큐리의 팔이 이루는 선은 세 사람을 감싸는 부드러운 하트 모양이다. 이 그림은 원래 꿈에 빠져 유혹적으로 늘어진 비너스와 큐피드를 훔쳐보는 사티로스를 그린 <사티로스와 함께 있는 비너스와 큐피드>와 한 쌍으로 그려진 것이다. 코레조의 본명은 안토니오 알레그리인데, '코레조'라는 이름은 그의 고향에서 따온 것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뛰어난 화가인 그의 화풍은 그의 고향이 예술이 발달한 세 도시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의 중간 지점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8  겁탈당한 가니메데   ─   다미아노 마차

그리스·로마 신화에 따르면 목동인 가니메데는 아름다운 외모가 눈에 띄어 독수리로 변신한 쥬피터에게 납치되어 올림푸스 산에서 신들의 식사 시중을 들게 되었다고. 팔각 천장화 형태였던 그림을 18세기 초반 벽에 걸 수 있도록 캔버스를 더해 직사각형으로 만든 것이다. 그림에 팔각형의 흔적이 남아 있다.

 

9  소녀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공방

15세기 중반 이전 이탈리아 여성 초상화는 대부분 옆모습으로 얼굴의 반만 드러낸 모습이었다. 비스듬히 앉아 있는 이 소녀는 1490년대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달걀 노른자와 안료를 섞어서 만드는 템페라로 그려졌는데, 이는 빨리 마르기 때문에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밝고 고른 빛의 묘사에 강점에 갖는다. 기를란다요는 큰 공방을 운영했는데 젊은 시절의 미켈란젤로도 그의 조수로 있었을 정도였다. 이 작품도 공방에 속해 있던 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  여인(달마티아의 여인)   ─   티치아노

베네치아에서 여성의 개인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 드물던 시기의 작품으로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몸을 약간 틀어 정면을 바라보는 초상화 속 주인공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머리에 두른 베일을 비롯한 투명한 천의 표현에서 화가로서 티치아노의 솜씨와 기술이 완숙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11  여인(루치아 알바니 아보가드로 백작부인 추정, 붉은 옷을 입은 여인)   ─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

모로니는 16세기 이탈리아 북부에서 귀족들의 우아함을 표현한 전신 초상화로 유명했다. 새틴 드레스의 화려한 다홍색은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색이고 치마의 체크무늬, 드레스의 꼬임 장식과 세로 트임은 1550년대 후반에 유행했으므로 초상화가 그려진 시기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모로니의 전신 초상화 속 귀족들의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은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부유한 인물들의 정교한 초상화에서도 볼 수 있다.

 

12  빈첸초 모로시니   ─   야코포 틴토레토

베네치아의 유지인 빈첸초 모로시니의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을 매우 세심하면서도 위엄 있게 표현한 틴토레토의 초상화이다. 틴토레토는 베네치아의 공공기관이나 종교시설에 그린 서사가 있는 대형 연작들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극적인 빛과 연극적 구성을 활용하여 매우 역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북유럽 르네상스, 세밀함의 극치

플랑드르(현재 벨기에의 북부 지역), 네덜란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지역은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두 지역 예술가들은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 15세기 초반 반 에이크로 대표되는 플랑드르의 화가들은 얇고 투명하며 반짝이는 유화 물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물감은 주변 세상을 놀랍도록 세밀하고 정확하며 풍부한 색채로 묘사하도록 해주었고,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유럽 회화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13  보좌에 앉은 聖母子와 네 천사   ─   퀸텐 마시스

(안보였는데...)

14  어린 공주(덴마크의 도로테아 추정)   ─   얀 호사르트

(안보였는데...)

 

 

Ⅱ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

1517년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후 신의 뜻을 해석하는 교회가 나뉘면서 화가의 시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가톨릭 교회는 바로크 미술로 사람들의 신앙심을 드높이고자 하였다. 프로테스탄트 중심의 북유럽에서 교회는 더는 신과 성인들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화가들은 자연스럽게 사람과 그 주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가톨릭 개혁기 교회는 고해성사, 명상이나 묵상 등 개인적인 종교 활동을 권장하였기에 기도하는 성모나 참회하는 성인이 많이 그려졌다. 북유럽에 교회가 더이상 중요한 후원자가 되지 못하자 해상무역을 주도하며 급성장한 중산층이 집을 꾸미는데 좋은 초상화, 풍경화, 일상생활을 그린 그림들을 주문하면서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5  도마뱀에 물린 소년   ─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카라바조는 미술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화가 중 하나로 꼽힌다. 강렬한 사실성과 극적인 빛의 사용이 돋보이는 독창적인 그의 작품들은 유럽 회화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 작품에서도 카라바조가 얼굴을 찡그린 소년을 묘사하는 만큼이나 정물에 세심하게 정성을 쏟았다는 것은 물이 든 유리병에 반사되는 빛의 사실적 묘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순간의 즉흥적 움직임에도 서사를 담는 독창성을 보였는데,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여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두면서도 시각적 강렬함을 추구한 것이다.

 

16  페르난도 데 발데스 대주교   ─   디에고 벨라스케스

세비야 출신인 벨라스케스는 1623년 펠리페 4세의 초상화를 근사하게 그린 것을 계기로 스페인 궁정화가 임명된다.  이 반신 초상화는 토레노의 전신 초상화를 바탕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전신 초상화에서 잘라낸 일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  63세의 자화상   ─   렘브란트 판 레인

렘브란트는 40여 년을 화가로 활동하는 동안 동시대 다른 어떤 화가보다 자화상을 많이 그렸으며, 현재는 약 80여 점이 남아 있다. 초기의 자화상은 표정이나 자세, 빛의 효과를 실험하려고 그려진 것들이 많다. 렘브란트는 이탈리아를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질감을 표현하는 물감의 가능성을 잘 활용한 티치아노와 극적인 빛의 사용을 발전시킨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다.

 

18  성 마리아 막달레나   ─   귀도 레니

신약성서에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제자 중 한명으로 등장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서유럽 회화에서 대부분 덧없는 쾌락을 거부하고 참회하며 그리스도를 섬기기로 결심한 매춘부로 그려진다. 귀도 레니와 그의 제자들은 이 주제의 그림을 다수 제작하여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가톨릭 개혁시기 교회에서 스스로의 죄에 대한 참회를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상습 도박으로 늘어나는 빛에 시달리자 그림을 빠르고 쉽게 제작하여 팔고자 자신의 그림 중 가장 인기 있는 주제들을 택해 작은 크기로 여러 점 제작하여 판매하였다. 좋은 예가 되는 이 그림은 유연한 붓질과 은빛으로 빛나는 살결 표현이 이 시기 귀도 레니의 화풍과 일치한다.

 

19  기도하는 성모   ─   사소페라토(조반니 바티스타 살비)

성모가 강한 빛을 받으며 조용히 기도하는 이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단순한 구도와 색채 구성이 눈길을 끈다. 불필요한 세부 묘사를 자제하고 제한된 색채를 사용하여 순수하면서도 강렬하다. 사소페라토는 깊은 감동을 주는 기도하는 성모를 주제로 그린 종교화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특히 18-19세기 유럽을 여행하며 이탈리아 여행에서 조각과 회화를 구입하여 귀국했던 부유한 영국 귀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랜드 투어'를 마쳤다는 인증 기념품이었던 것이다.^^

 

20  바커스 양육   ─   니콜라 푸생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를 이끈 화가 푸생의 초기작이다. 노르망디 출신이나 일생의 대부분을 로마에서 보낸 푸생은 고대의 모습을 재현한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림 속 고대의 모습을 바로 이해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로마의 후원자들이 좋아할만한 지적인 내용을 담고자 정성을 기울인 결과이다.

 

21  4원소: 불   ─   요아힘 베케라르

22  4원소: 물   ─   요아힘 베케라르

이 두 작품은 불, 물, 공기, 땅의 4원소를 주제로 한 4점의 연작 중 일부이다. 4점 중 <불>은 16세기 부엌을, <물>, <공기>, <땅>은 안트베르펜의 시장을 그렸다. 각 그림에는 주제가 되는 원소와 관련된 각종 생산물을 그렸다. <불>의 부엌에서는 여성들이 구이를 하려고 고기를 다듬고 있다. <물>에는 물고기, <공기>에는 집에서 기르는 새와 알이 가득 담긴 바구니, <땅>에서는 과일과 채소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네 작품 모두 앞쪽의 16세기 풍경은 뒷쪽 배경의 성경 장면이 돋보이게 배치되어 있다.

 

23  여관(깨진 달걀)   ─   얀 스테인

얀 스테인은 고향 레이던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여관을 운영하였는데 떠들썩한 술자리 모습에 재치있는 풍자를 담아 표현하여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그의 작품을 찾는 이가 많았다. 불량한 어른들의 행동과 대비되는 등을 돌린 소년의 모습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어린이들이 배운다는 교훈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란다. 여관 여주인의 치마를 잡고 희롱하는 인간이 얀 스테인 자신을 그린 것이란다.

 

24  안뜰에서 음악 모임   ─   피터르 더 호흐

피터르 더 호흐는 중산층 여성과 아이들의 가정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후기에는 이 그림과 같은 암스테르담의 상류층 모습을 많이 그렸다. 테이블의 오렌지는 이국적인 과일로 주인공들이 이런 정도 사치를 누릴 수준이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남자가 악기 연주자를 손짓하고 있는데, 이 시기 미술에서 음악 연주는 성적 관계의 은유로 자주 쓰였다네. 의자에 외투를 걸친 인물은 밖에 나가 건너편 건물의 창문에 보이는 여인을 바라보는... 전경은 그늘에 숨어 있는데 배경은 밝은 빛을 받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재밌는 구도의 그림이다.

 

25  인도교가 있는 풍경   ─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

사람은 묘사하지 않고 풍경 자체만을 목적으로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16세기 초반부터 이와 같이 풍경을 다른 주제의 배경이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회화의 주제가 되는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작품 속 풍경은 아마도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다뉴브 강 계곡의 일반적인 모습일 것으로 보인다. 알트도르퍼는 자연의 모습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세하고 풍요롭게 묘사하고자 하였고 <어머니를 떠나는 그리스토>와 같은 종교화에도 역시 자연 속 식물의 모습과 풍경을 표현적 요소로 포함시키고자 노력하였다.

 

26  들판에서 말을 타는 남성과 목동, 두 소년, 그리고 일곱 마리 소  ─  알베르트 코이프

네덜란드 지역의 특징을 담은 그림 속 풍경은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헌과 클레베 사이의 평아지대 모습으로 추정된다. 코이프가 1650년대 초반 이 지역을 여행한 기록이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등 뒤에서 시작한 시선이 소몰이꾼의 눈을 따라 풍경을 바라보게 되는 구도의 그림이다. 늦은 오후의 황금빛 햇살이 네덜란드 시골 일상의 한 장면을 비추고 있다. 이 그림과 같은 금빛 햇살이 코이프 작품의 특징으로 17세기 네덜란드 지역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27  강풍 속 네덜라드 배와 작은 배들   ─   빌럼 판 더 펠더

빌럼 판 더 펠더는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에서 바다 풍경화로 인기가 높았으며 그의 가족 중에도 화가가 많았다. 판더 더 펠더 부자의 역동적인 바다 풍경은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이용하여 부를 얻고 국방을 강화했던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빌럼 더 판 펠더의 후기 작품들은 18세기 영국에서 바다 풍경화가 발달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28  작은 집이 있는 숲 풍경   ─  메인더르트 호베마

이 작품은 호베마의 고향인 암스테르담 근처 할렘 주변의 숲을 배경으로 그린 것으로 실제 풍경이 아니라 호베마가 즐겨 사용했던 다양한 소재를 조합하여 이상적인 전원 모습을 떠올리게 한 상상의 풍경화이다. 호베마는 이 작품과 같은 작은 인물들이 있는 섬세한 숲속 풍경을 많이 그렸다.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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