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을 재밌게 보았다. 어려웠던 시절 퇴근길 서점에 들러 조금씩 읽어내려갔던 추억이 깃든 것이라 더 보고싶었었는지 모르겠다. 4K UHD 블루레이가 출시된다 했을 때 예약구매했다. 아파트에서 소리를 작게 조절해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볼륨을 마음대로 조절하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하는 것을 꿈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드니 빌레브 감독이 만든 이번 영화는 1편일 뿐이고, 3편까지 제작될 예정이라 한다. 2022년 10월에 촬영을 마무리하고 2023년 11월 중순에 2편이 개봉될 예정이라 하더라.
영화에 빠진 김에 소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검색해보았더니 영화 출시로 인한 새로운 붐에 편승하고자 했는지 신장판이라고 새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판은 2001년, 신장판은 2021년이니 20년 만에 새로운 판형이 나온 것이다. 12만원이다.
이렇게 큼지막한 책 6권이 박스에 들어있다. 금색이 넘쳐난다.
시리즈 6권을 모두 꺼내서 쌓아놓고 보니 이만큼이나 된다.^^
시리즈 1권인 "듄"이다.
1965년에 프랭크 허버트가 출간한 SF 판타지이다. 94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다.
듄 혹은 아라키스라고 불리는 사막 행성이 배경인 만큼 사막 지형 용어들이 종종 등장하며, 아랍 지역의 문화가 많이 녹아들어가 있다. 이외에 다양한 문화 및 언어, 용어들이 등장하며, 저자가 창장한 많은 개념 및 단어들이 튀어나와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나온 책이라면 삽화를 사용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1965년의 책이라 그런지 그림 하나 없이 오로지 검은 색 글자들로만 채워져 있다. 말미에 듄의 '지도'라는 그림이 한 장 들어 있기는 하다.
읽기는 힘들었지만 영화 속의 내용과 연결시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퀴사츠 해더락'이라는 존재를 우주로 퍼져나가 살고 있는 인류가 인위적으로 만들려 했고, 그러한 존재로 드러나는 폴 아트레이데스라는 소년과 가문, 행성, 여러 조직들 간의 암투를 다루고 있다. 황제와 가문들, 우주여행을 독점한 조합, 베네 게세리트라는 신비 조직 등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듄'이라는 행성을 배경을 하는 것은, 그곳에서만 "스파이스"라고 하는 듄 세계관의 핵심 물질이 독점 생산되기 때문이다.
1969년에 출간된 듄의 메시아이다.
1976년에 출간된 듄의 아이들이다.
1권 '듄'은 영화의 내용을 추적하면서 따라갔기에 얼추 느리지만 읽어갈 수 있었다.
1권 후반부터는 영화라는 매개체가 없이 오로지 소설의 글자들로만 만나야 했다. 읽기 힘들었다.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상징을 통해 은유적인 대화를 나눈다든지 하는 부분들이 많다. 멍~ 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앞뒤 맥락이 좀 안맞는 부분들도 꽤 자주 보였다. 궁금했다. 원본도 이런가 하고...
구글을 통해 검색해보았다. pdf 파일로 시리즈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책상 위에 책을 펴고, 모니터에 영어판 파일을 열어 놓고 대조해가면서 보았다. 한글책에서 막히는 부분을 모니터의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 원본 부분을 찾아 비교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오역이다 라고 판단되는 부분들이 보여 아쉬웠다.
'듄의 메시아'는 퀴사츠 헤더락으로 각성한 폴 아트레이데스, '듄의 아이들'은 그의 자녀들의 이야기이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자를 찾았지만, 그러한 능력이 갖는 부작용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리즈 4권 듄의 신황제는 1981년에 출간되었다. 1~3권은 함께 구상하여 집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4권 이후는 나중에 구상하여 집필한 것이다. 3권까지 없던 저자 서문이 4권에만 있다.
3권 듄의 아이들과 4권 듄의 신황제 사이에는 약 4천년 가까운 시차가 있다. 세월 빠르다.^^
예지력을 아버지인 폴 아트레이데스로부터 물려받게 된 레토 아트레이데스 2세는 행성 듄에서 스파이스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sand trout와 합체하여 sand worm이 된다. 그 상태로 우주의 지배자로 장기 독재를 한 것이다. 다른 집단들은 그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게 되고..
1984권에 출간된 5권 듄의 이단자들이다.
수천 년의 생명을 이어가던 레토 아트레이데스 2세가 암살된 이후 약 1500년이 또 지났다. 새로운 집단이 등장한다. 레토 2세에 의해 스파이스의 유통이 제한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터를 찾아 기존의 거주 행성을 떠났었다. 대이동이라 불리는 그러한 인류의 이동이 있었는데, 그들 중 일부가 되돌아왔는데,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베네 게세리트의 분파 쯤 되는 '명예의 어머니'들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이들의 침략에서 살아남기 위해 베네 게세리트들의 분전이 되겠다.
흠... 여기나 저기나 모계 사회 그 이상의 사회 체제이다.^^
6권 듄의 신전 이다. 1985년에 출간되었다.
베네 게세리트가 열심히 이것 저것 준비하여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밀고 들어오던 명예의 어머니들을 굴복시킨다. 그런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이 또 있다. 좀 허탈하다.^^
듄의 세계관에서는 가능하겠다 싶지만...
작은 하나의 행성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들로 시작하여 이야기가 우주로 뻗어나갔다. 그렇게 널린 떡밥들을 회수하자면 6권으로는 많이 모자랄 듯 싶다. 익스, 베네 틀레이렉스 관련으로만 뽑아도 두 권은 더 나올 것 같다. 6권 말미의 반전은 베네 틀레이렉스와 관계된다.
시리즈의 저자인 프랭크 허버트는 6권까지 집필하고 198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 아들이 다른 시리즈를 출간했지만...
...
그냥 한 번 읽어낸 것이라 제대로 음미하려면 다시 읽어보아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원본 자체가 그래서 그런 것 같은데, 내 느낌으로는 번역본의 글이 쉽게 주욱 주욱 읽히는 것이 아니라 선듯 시도하기가 망설여진다. 망설인다...
2023년 11월의 영화를 기다린다.
2023년 11월에 개봉할 것이라던 "듄 : 파트 2"가 2024년으로 연기되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역작으로 영상미와 사운드가 발군이라 하여 좀 멀긴 하지만 경기도 남양주 메가박스의 돌비시네마 관을 아침 일찍 찾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남돌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매버릭 이후 두번째로 찾았다. 역시나... 무슨 말이 필요하랴~ 최고의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영화 "듄"의 '메이킹필름북'이 출판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온라인 서점에 주문을 넣어 받아보았다.
영화 '듄'과 '듄: 파트 2'가 각각 출판되었다.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재밌다.^^
'듄'의 소설책은 완독한 이후 다른 독자들에게 기회를 나누어드리기 위해 바로 당근마켓을 통해 분양했지만, 이 책은 소장해나갈 것이다.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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