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오랜만의 불암산성 나드리

by 딱한걸음 2022. 11. 18.
728x90

안방 바닥에서 아랫집으로 물이 새는 참사가 발생하여 주말에 바로 수리하고, 보일러실에 설치되어 있는 배관 밸브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각각의 수리 시간이 5시간 이상씩 걸리는 큰 공사였다. 앞으로 아랫집의 피해에 대한 보수 공사도 해야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옆지기는 끙끙 앓으며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그런 등등의 이유로 대엿새를 집안에서만 꼼짝 안하고 있었더니 많이 갑갑하였다. 무작정 나섰다.

집을 나서서면 늘 가는 길은 한정되어 있다. 불암산 둘레길 따라 철쭉동산까지 다녀오기, 아니면 당현천을 따라 내려가 중랑천을 만나고 오기... 불암산을 향했다. 학도암을 지나 불암산성에 있는 헬기장을 다녀오는 것이 보통인데, 학도암장의 바위를 타고 싶었다. 그래서 학도암을 향해 오르다가 높은 쪽의 둘레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여 영신바위 아래를 지난 다음에 학도암장을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헬기장까지 다녀왔다. 5.3km 거리를 3시간 10분 좀 넘게 걸렸다. 

 

집에서 12시50분 쯤 터덜터덜 출발하였다.

불암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작은 사찰 동교사를 지나 둘레길을 만났다. 오랜 만에 불암산을 찾은 등산객에 놀란 청솔모 한마리가 나무 위로 부지런하게 후다닥 올라간다. 참 빠르다. 금방 카메라의 시야각에서 사라진다.

 

스맛폰 카메라의 '프로' 모드에서 수동 촬영하는 장난도 하면서 천천히 산을 즐긴다.

 

불암산 아래의 영신바위, 학도암장 모두 '박리 돔' 지형이다.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이 표면이 풍화, 침식된다. 영신여고 윗쪽에 있어서 영신바위란 이름이 붙었을까.. 영신바위 아랫 부분에는 위에서 떨어진 큼지막한 바위들이 널려 있다.

 

각진 바위들이 널려 있어 위험하며, 주요 등산로에서 벗어난 곳이라서 또 위험하다. 이곳에서 다친 사람이 큰 도움을 받아 고마음을 표하려 쪽지를 남겨 놓았더라.

 

급경사 사면을 따라 바위들이 흘러내리거나 사면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계단식으로 정리해놓았다.

 

낙석으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는 막아주겠지??? 영신바위의 아랫 부분을 철책으로 막아놓았다. 그러니 이리로 접근하면 안될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개구멍 틈새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진의 오른쪽이 영신바위, 왼쪽이 학도암장이다. 처음 와보는 코스라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길이 보일 때까지 전진이다.

 

산속에서 산신령들을 만났다. 그분들이 가르쳐준 코스... 승천 코스... ㅎㅎ

 

올라와 뒤를 내려다 본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흐린 하늘아래로 보이는 희미한 인간 세상. 조 아래 숲의 나무 그늘 아래서 두 신선께서 장기를 두고 있더라.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 속에서 시원한 바람 소리 사이로 "딱, 딱" 장기말이 달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부러웠다~~~

 

더 위로 오르니 저쪽의 영신바위 정상 부분이 보인다.

 

영신바위의 정상부. 절리를 따라 분리된 바위 조각들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그래서 저쪽으로는 오르지 말라고 철책을 설치해놓은 것 같은데...

 

세상이 흐릿하다.

 

스맛폰 카메라의 성능을 본다. 줌 렌즈 작동~

멀리 남산의 타워가 보이기는 한다. 서울의 하늘이 이렇다니...... 이른 아침의 사진이 아니라 13시40분47초.

 

오후 1시 50분. 드디어 제대로 된 등산로를 만났다. 암벽에 박힌 쇠말뚝을 밟고 쇠줄에 매달려 올라가면 된다.

 

넓은 암반 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네이버지도 앱을 켜니 현재 내 위치가 나온다. 제대로 된 학도암장의 암벽은 아직이다. 더 가야 한단다.

 

1시57분.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으니 제대로 된 이정표도 보인다. 힐링타운이 550m 밖에 안된다고 한다. 정상 방향으로 간다.

 

멀리 영신바위의 정상부분이 물로 젖은 듯한 흔적이 보인다. 저 높은 곳에서도 지하수가 흘러나온다니...

 

대단한 노원구 공무원님들이다. 등산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이 골짜기에 교량도 설치되어 있다.

 

메마른 낙엽 위로 열매들이 매달린 것이 보였다. 구글 렌즈 앱을 통해 검색해보니, 작살나무라고 나온다.

 

절리, 구조선.

 

취사, 흡연 금지.

 

낙석 주의 구간. 낙석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미끄러져 내리지 않을까 걱정. 부들부들 흔들리는 무릎, 바들바들 떨리는 가슴.......ㅠ.ㅠ

 

편형수? 편향수? 대체로 바닷가 등의 특정 방향으로의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불암산에서 만났다. 희한하게 소나무의 가지가 가까이 위치한 바위의 반대 방향으로만 뻗어있다. 바위의 틈새로 뿌리는 박히지만 나뭇가지는 파고들 수 없기 때문일까나...

 

그리고.... 계단이다. 아름다운 계단이다.^^

 

2시반. 학도암장 위로 올라왔다.

 

불암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노원구, 도봉구의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은 늘 묘하다.

 

쉼터인 전망데크에서 셀피 하나 만들어본다.

 

2시33분. 능선 위로 오르니 경기도가 보인다. 별내의 아파트 단지들.

 

네이버지도에서는 '풍화바위', 다음 카카오맵에선 '해골바위'라고 표시하고 있는 바위이다. 

산 정상 부위에 이런 타포니가 나타나는 것이 신기하다.

 

2시44분. 500m 쯤 올라오는데 50분 가까이 걸렸다. ㅎㅎㅎ

 

이제부터는 능선길이다. 불암산성까지 쭈욱 그냥 쉬운 길이다. 늘 흩어진 성터의 모습만 보았는데, 이날은 서울시 기념물이라는 불암산성 안내판의 사진에 보이는 온전한 모습이 진짜 있는지 궁금하여 둘레를 돌아보았다.

 

2시51분. 찾았다.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의 동쪽 부분은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리고......

 

경기도 기념물이라는 안내판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불암산성은 서울시 기념물이면서 경기도 기념물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중복 지정도 가능한 것인가...

 

헬기장 위에는 아마도 헬기로 옮겨다 놓은 듯한 물건들이 보였다.

 

라이신 황산염. 겨울철에 대비하여 불암산에 거주하는 식구들을 위한 식량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불암산에 "왔으니" 불암산 정상을 "보고는" 가야한다. ZOOOOOOOOM 렌즈!

저 가파른 바위 위로 줄서서 오르고 있다. 사람들 심장이 참 강하구나!!!

 

3시9분. 멀리 북한산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불암산을 내려간다.

 

조오오오오기 우리 집도 보인다.

 

남쪽 저 멀리 롯데타워도 보인다.

 

남서쪽으로 남산의 서울타워도 보인다. 보이나?

 

불암산성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학도암 코스로 길을 잡는다.

 

등산로 옆에 있는 작은 샘이다. 이곳의 샘물은 수면 위에 마치 기름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왜 그러지?

 

샘물이 흘러내리는 바위의 표면이 붉은 것은 철분이 많아서???

 

3시43분. 학도암이 보인다.

 

학도암의 마애불이 담장 넘어로 살짝 보인다. 저 담장이 없었는데, 왜 만들었을까???

 

학도암 바로 아래의 주차 공간은.....

 

오늘도 불암산의 은총을 받고 내려간다......

...다음에 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