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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61208 - 추억? 기억? 군대 관련

by 딱한걸음 2016.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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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도 종종 군대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특히 자다 깼을 때, 문득 문득.


1. 대학 4학년 가을이었나, 신검 통지가 왔다. 고민하다가 눈을 핑계 대보기로 했다. 서울대학병원 안과에 가서 병사용 진단서 발급을 신청했다. 눈에 안구고정제라고 기억되는 약물을 주입하고 약 30분 쯤 기다렸다. 빛만 보면 눈이 부시고 아팠다. 이상한 도구를 사용해 '안구'를 들여다보더니 뭐라뭐라 기록하더라. 이것으로 방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신검 판정 기준에 대한 것도 모르겠고 하여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무엇이 나온들 어떠하랴. 


2. 수원병무청에 가서 신검을 받았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대학을 가지 아니한 친구인데, 왜 지금 받지 하는 궁금증은 끝나고 풀렸다.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애매하여 확실히 하지 않았다. 시력검사도 다시 받았다.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고등학교 동창은 '면제'였다. 완전 신체 건장인데... 너 뭐냐? 군대 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런가부다 했다. 내가 사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험한 세계를 살았던 친구.


3.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군대 입영 연기를 했다. 5학기를 다니고 마칠 무렵 '석사 장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6개월 훈련받고 소위 임관하면서 군대를 마친다고 하는. 괜찮아 보였다. 학기를 마치고 졸업까지 남은 마지막 '방학'의 기간을 석사 장교 준비로 보내기로 했다. 시험 기출 자료와 원서를 구입했다. 지원서를 보고 좌절했다. 원서 양식이 굉장히 길었다. 왜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주욱 긴 종이였다. 양면. 오만가지를 기록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를 좌절하게 한 것은 추천인 2명이었다. 국회의원 이상 급 2인의 추천을 받으란다. 제길...

또 하나 기출 문제를 보니 내가 오를 나무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8월을 헐렁헐렁 보냈다. 


4. 졸업식 행사장엘 가지는 않았지만 학교는 나갔다. 집에 오니 입영 영장이 와 있었다. 남들 처럼 어디로 도망갈줄 알았나? 날짜도 빠듯하다. 8월 30일 졸업, 9월 12일 입대. 그런데 방위였다. 대학원 대학 기간중 신체검사 등급 3급이 현역에서 방위로 바뀌어버렸다. 이런!


5. 1988년 9월 12일 51사단 방위병 훈련소에 입소했다. 수원역까지 전철로 가서 택시를 이용한 것 같다. 전혀 모르는 동네였으니까. 영장에 부대 명칭이 숫자로 나와 있어 어디 물어볼 데도 없었다. 택시 기사님들은 다 꿰고 있었지만.


6. 나름 나이 든 훈련병, 몸치, 힘들더라. 특히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더라. 한 달의 훈련 기간 중 생각난 것이 짜장면이었으니.ㅠ.ㅠ

1988년9월17일 토요일이었다. 88올림픽 개막. 강당에 모으더니 올림픽 개막식을 보여주었다. 훈련병들은 1, 2중대 편제였는데, 미국팀이 입장하는 장면에서 2중대 아이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신기했다. 또 신기한 것은 1중대 애들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 1중대가 2중대를 향해 기이한 것을 구경하는 표정으로 우로봐한 상태. 신기한 경험이었다. 왜 그렇게 했고, 왜 그렇게 안했을까?


7. 한달이 거의 다 되어갈 즈음 시험을 보더라. 군사훈련 과정에 대한 것들. 문제들이 대체로 쉬웠다. 대충 답을 표하고 나와서 빈둥거렸다. 고3때 교련 시간은 여름부터 거의 수업이 없었다. 교실에 오지도 않고 반장을 통해 자습이라고 통보되었다. 대학입시 준비하라는 것이었을텐데...꽉 막힌 인간인 나는 교련 시간의 자습이니 교련 교과서를 들고 자습했다. 몇 번을 읽었나 모르겠다. 덕분이 여러 해가 지난 후 훈련소에서의 시험을 수월하게 치루었다.ㅎㅎ


8. 훈련소 퇴소 이틀전인가.. 저녁에 쉬고 있는데 불려갔다. 입소할 때 작성해 낸 신상명세서에 나는 만능이다 라고 적어 냈었다. 이것저것 다 할 줄 안다고 적어내야 그래도 괜찮은 곳으로 배치받을 수 있다고 광명에서 방위 근무를 하던 선배의 조언 때문에. 아니었다. 그러면 아니 되는 것이었다. 군대는 그냥 중간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ㅠ.ㅠ

컴퓨터 좀 만져보았다 하여 그날 밤에 끌려 간 곳이 사단 전산실이었다. 훈련병들 시험 성적을 입력하는 것이었다. 남들 자는 시간에 전산실에서 키보드 두드리면서 밤을 보냈다. 슬쩍 내 성적을 보았다. 3등이었다. 시험 성적과 사격 점수를 더하여 시상을 한다고 했다. 부상으로 휴가가 달려 있었다. 200미터 거리에서 측정한 사격 점수는 10발중 9발을 맞추었으니 기대해볼만 했다.


9. 아침 식사 후 오전 훈련 시작하려는데 또 불려 갔다. 눈치챘다. 시상 대상자다! 그런데, 시상 예정 인원 수보다 더 불려나왔다. 차렷 자세를 취해보라 하였다. 불려 나온 대상자들 중에서 다리가 붙지 않는, 소위 오다리 라고 불리는 훈련병들은 그대로 되돌려보내졌다. 성적순? 그런 것 없다. 사단장 앞에서 시상할 때 "자세"가 나와야 하기에.ㅎㅎㅎ


10. 시상 대상자가 되었다. 훈련 열외. 좋다. 그런데 계속 선착순을 시킨다. 제길. 잘못 왔다. 오전 내내 선착순으로 뺑뺑이. 오후에는 시상식 훈련이었다. 시상대로 걸어올라가기, 사단장 표창 받을 때의 자세 동작 구령 등등. 다음부터 군대에서는 상을 받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계기였다.


11. 훈련소 마지막 날. 연병장 정렬. 뙈약볕. 총검술 등 시범 보이고 시상식. 멍하게 지나갔다. 표창장, 메달을 받았다. 내무반에 들어와 짐을 싸고 휴가증을 받았다. 앗싸! 그런데 모두 빈 칸이었다. 다른 훈련병은 내용이 채워져 있는데, 조교에게 물어보았더니 배치받은 자대에서 처리하란다. 그렇다.

훈련은 51사단에서 받았는데, 배치받은 부대는 상급부대인 수도군단 사령부였다. 하여 상급부대의 병에게 하급부대에서 인사명령을 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12. 훈련소를 나오는데 부모님이 와계셨다. 서로 아무 말없이 버스타고 그곳을 떠났다. 나이들어 군대 가게 된 아들 녀석과 살갑게 이야기 나눌 거시기가 아니었다. 상받는 모습 보았다는 말씀만 하셨다. 좋아하셨는가 했더니 아니었다. 나중에 여쭈어보니 얼굴이 새까맣고 반쪽이 되어 있어 가슴아프셨단다.


12-1. 훈련소를 마치며 보급품을 받았다. 방위병 생활하면서 사용할 것. 전투복, 야상, 모자, 그리고 전투화 2켤레. 문제는 전투화였다. 훈련병들의 발 크기에 맞는 것으로 선별하여 나누어 주는 것이 매우 귀찮았던 모양이었다. 그냥 같은 사이즈의 전투화 두 켤레씩 받았다. 그렇게 떨어진 전투화가 발에 딱맞는 운은 내게 없었다. 작았다. 배치받은 부대에서 맞는 것으로 바꾸어 신으라고 했다. 나중에 배치받은 부대에서 군수담당하는 계원에게 사정 이야기했는데, 바꾸어주겠다며 전투화는 가져 갔으나 바꾼 전투화는 2016년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 있을까?

부대 생활할 때는 내무반 침상 아래 버려진 전투화들 중에 대충 발에 맞는 것을 찾아 신었다. 제대하면서 버리고 간 것들. 양쪽 전투화의 년식이 서로 달랐다. 완전 거지 모습.


13. 1988년 10월 10일 이른 아침 비산사거리 부근에서 방위병들 모여 출근하는 뽀인트에 모였다. 신병이 늦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무진장 일찍 갔다. 대충 모여서는 줄을 맞추어 행군 비슷하게 부대로 향했다. 부대 정문을 통과했고 신병들은 사무실로 인계되었다. 


14. 수도군단 인사처 부관과 사무실. 나중에 보니 내가 근무하게 될 곳이었다. 신병훈련소에서 모든 것을 다 할줄 안다고 적어낸 신상명세서 때문이었다. 처음 도착해서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내무반으로 인솔되려는 찰나 훈련소에서 모범용사 표창의 부상으로 받은 휴가증을 내밀었다. 혼내더라. 이런 것을 가져왔다고. 그러더니 내용을 채워 이런 저런 도장을 찍어서는 주면서 나가라고 했다. 3일짜리 휴가. 다른 곳에 배치받았으면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데, 불안해서 출근했다. 터덜거리며 걸어서 '퇴근'. 정문에서 잡혔다. 사무실로 끌려들어갔다. 정문을 통과하는데 행군 동작이 아니라고. 오늘 부대온 신병이다. 훈련소에서 받은 상 때문에 바로 휴가 받았다 라고 이야기 하니 내 머리 가까이 손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가라고 했다. 하여간 나도 눈치없고 고문관 기질을 갖고 있었다.


15. 불안하게 수요일까지 쉬고 목요일 아침에 출근 뽀인트로 갔다. 갔더니 쪽지 하나씩 들고 무언가를 외우고 있더라. 신병들 신고식 암기자료라고 했다. 뭐야 이거! 자기들만 쪽지를 갖고 있고! 옆에서 보면서 몇 개라도 외우려 했다. 출근하고 사복을 군복으로 갈아 입고 내무반 옆의 골짜기를 기어들어가 모여 서서는 바로 위 고참들이 신고식 훈련을 시킨다. 하나도 모르지 뭐. 좀 지나 내부반 옆의 작은 운동장에 모여 아침 점호를 했다. 그리고는 그날의 사역 지원자를 뽑았다. 벼베기가 있었다. 신병이 첫날 뭐 할 것 있나 싶기도 하고 해서 옛날 농군의 자손이었기에 손들고 나갔다. 주변의 눈초리가 이상했지만 나는 눈치 잼병이고 고문관이니 그냥 갔다. 다른 병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안양 평촌동의 어느 논으로 갔다. 낫질 낫질 낫질 낫질. 오전이 가고....점심 주더라. 논두렁에서 먹었다. 막걸리도 한잔 얻어 마셨다. 낫질 낫질 낫질 낫질...오후가 가더라. 해떨어지려 할 때 부대로 귀대하여 시간이 늦어 퇴근. 암기 사항 적힌 쪽지를 얻었다.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에 본부대 방위병들 집합. 신병 신고식을 했다. 고참들이 별렀다 했다. 나를 잡으려고. 다행히 크게 흠을 잡히지 않고 통과했다. 퇴근.


15-1. 신고식을 마치고 점호 끝내고 퇴근 시간이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야상을 가방에 싸는 것이었다. 갖고 퇴근한다고. 없어질 수 있다고. 그런데 다니던 대학원 학과사무실에서 토요일 오후에 좀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바 있었다. 그 큰 가방을 들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또 경기도로 돌아올 생각을 하니 암담하여 내무반의 옷장에 두고 가볍게 퇴근하였다. 월요일에 출근하여 보니 없어졌다. 새것. 언 놈이 훔쳐간 것이다.^^

고참에게 이야기하니 찾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일단은 경비소대의 것을 하나 꺼내 주었다. 임시로 사용하라고. 내무반을 경비소대와 사무실 근무병들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1주일을 그렇게 버티다가 수소문하니 남대문 시장에 군용 물품 파는 곳이 있다고 하였다. 일요일 아침 일찍 가서 돌아다니다가 하나 샀다. 허접한 것. 전투화도 거지, 야상도 거지, 그렇게 1년 반을 살았다.



16. 신병 시절 내무반 분위기는 참 흉흉했다. 이해가 안되었다. 왜 자기들 스스로 힘든 분위기를 만들고 힘들게 생활하는지. 2, 3일에 한번씩 집합이 걸렸다. 참 자주 집합했다. 삽으로 패기도 하더라. 그래도 세월은 지나갔다. 

부대출입증이다. 이게 아직도 집에 남아 있다니!!!


17. 업무는 인사처 부관과에서 방위병 인사명령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소집에서 소집해제까지. 대내 명령과 대외 명령이 있었는데 대외 명령의 경우에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명령지가 육본으로도 송부되기에 틀리면 안되는 것이었다. 틀리면? 맞는다. 나? 맞았다. 뒤지게. 관악산을 넘어 그냥 집으로 가버릴까 생각을 심각하게 했었다.


18. 부대가 관할하는 지역의 방위병 자원을 필요 부대에 배치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학력과 신검 등급을 기준으로 점수를 주고, 군부대부터 배치하고, 동사무소 근무 방위는 낮은 점수의 방위들을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어느날 퇴근 이후에 행정관 할아버지가 따라오라고 하더니 전철을 타고 갈아 타고 인천으로 가는 것이었다. 이게 왠 날벼락? 인천 남구의 병무청의 누군가와 소주 한잔 하시더라. 자리를 파할 때 1만원짜리 한장 받았다. 수고하라고 하면서 주더라. 이게 뭐지?


19. 매달 신병 입소가 이루어진다. 매달 그들을 분류하여 소집해제되는 부대에 맞추어 배치를 시킨다. 인사 명령이 관계되다보니 종종 쪽지가 전달된다. 그들에게는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해주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20. 수작업으로 부대배치 작업을 하였는데, 어느날 전산화를 한다고 했다. 부대내 전산소의 병사가 담당으로 지정되어 병력 배치 과정의 알고리즘에 따라 프로그램을 완성하였다. COBOL을 이용했던 것 같다. 자료 처리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한다는 미명하에 데이터 파일을 열어볼 수 있었다. 편집기로 편집이 되더라. 그게 문제이다. 문제. 그렇다. 아는 사람은 안다.


20-1. 군부대 업무 전산화. 기가 막혔다. 각 부처마다 PC가 한대씩 보급되었다. 인사처에도 한 대가 설치되었다. 설치하자 마자 선임하사는 목공 문관에게 부탁하여 사무실 내에 별실을 설치했다. 그리고 문에 튼튼한 자물쇠. 컴퓨터 고장나면 큰 일 난다며 아무도 손을 못대게 했다. 창고에 가두어 두고 손안대기. 그것이 초기의 군부대 전산화였다.^^

컴퓨터에 워드 프로세서 있고, 옆에 프린터도 있었지만 제대, 아니 소집해제될 때까지 타자기 두드렸다. 4벌식.


21. 가끔 퇴근길에 행정관 할아버지에게 끌려나갔다. 안양 중앙시장인가의 술집을 몇 번 갔었다. 비슷한 연배의 문관 할아버지와 두분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소주를 사면서 종종 한잔 기울이는 자리. 거기에 '끌려 나갔다'. 수고한다고 고생한다고 술 한잔 사주시는 것이었지만, 고달픈 방위는 퇴근 시간 엄수가 최고의 보상이었던 것. 불편했다. "집에 가게 해주세요호!"

그래서 나중에 교사가 되어서도 칼퇴근을 최고의 가치로 지향하게 된다..


22. 주업무는 인사처에서 인사명령을 다루는 것이지만 방위병은 실제로 부대 내에서 잡부였다. 오만가지 일에 동원되었다. 건물 철거도 했고, 아스팔트 포장도 했다. 원예도 했고, 도로 경계석 작업도 했다. 김장도 했고, 쓰레기 치우기도 했다. 팀스피릿 훈련에 동원도 되었다. 부대 내의 은밀한 장소인 벙커도 그때 들어가 보았다. 비취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시키니까 했다. 퇴근 못하고 하는 야근이었다. 그리고 의장대도 했다. 제길.

새로 바뀐 본부대장이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본부대장으로 발령되지마자 본부대원 전체를 강당에 모아 놓고 근무 자세 등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복장도 각을 잡고 입어라, 벨트의 바클이 정가운데 오게 맞추어라 등등도 이야기했다. 본부대의 현역과 방위병들로 급조되는 의장대는 장성이 부대 방문할 때 동원되었다. 예하 사단의 군악대도 동원되고. 추운 겨울에 군복 각 안나온다고 내복도 입지 못하게 했다. 바들바들 떨면서 행사를 치루었다. 다행히 몇 번 하더니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흐지부지 되었다. 철모도 총기도 보급받은 적 없다. 모두 현역병들 것을 빌려다가 행사를 했다.


23. 1989년 가을. 인사처에 근무하는 모든 방위병들 집합이 있었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어느 하사관이 책상 서랍에 두었던 지갑의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의문? 그걸 왜 방위병들만 모아놓고 내놓으라고 하지?

여러차례 압박이 가해졌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찍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한 달쯤 지났을 때 부대내 기관중의 하나인 법무부 담당 하사관이 토요일 퇴근하며 들르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결백했기에 의심은 받고 있을 지언정 갔다. 협박이 들어왔다. 헌병대에 넘기겠다는 둥.

부관과 사무실로 왔다. 마침 퇴근 않고 있기에 이야기 좀 하자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거두절미. 왜 나냐고 물었다. 그날. 사무실에 나만 있었지 않느냐고 하더라. 웃음이 나왔다. 사무실에 혼자 있는 상황에서 간부들 책상 뒤지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하고. 이런 사람한테 의심 받고 있었다니!!!!

수요일이었다. 전투체육의 날. 다른 병사들은 그날은 오후 근무하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관 할아버지는 뭔 일이 생길 줄 아냐며 나만 사무실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쉬게 했었다. 행정관 할아버지는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고, 나는 방위인사명령 매뉴얼 펴고 공부하고, 그렇게 보냈었다. 그런데 그날은 왠 일인지 내무반에 가서 쉬라고 나를 보내준 것이었다. 바로 그날이었다. 그날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그 사정을 하사관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사무실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그 이후 압박은 사라졌다. 아주 더러운 군대 기억이다. 가끔 생각나고 그 때마다 기분 더러워진다.


24. 1990년 2월은 왔다. 대학에서 교련교육 2년 받으면 그때 군대 복무 기간을 3개월 할인해주었다. 그건 현역이고, 방위는 3주 깎아주더라. 그래서 2월 17인가에 '소집해재'되었다. 마지막에 3일 휴가 받았을 때 서울시교육청에 가서 군대 제대하니 교사 발령내달라고 신청했고, 3월1일자로 발령받았다. 군대 제대한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해서 부대에 연락하여 소집해재 인사명령 사본 떼다가 제출하는 과정을 따로 거쳤지만.

소집해제된다고 본부대장실에 가서 신고를 하는데 머리길다고 트집잡혔다. 진짜 머리 긴 놈은 업무 담당하는 놈한테 이야기해서 아예 신고 대상에서 열외시켰다. 넷 중에 세 놈만 들어가서 혼나고 나왔다. 그 놈. 법대 졸업하고 행시 합격한 놈. 나중에 보니 재무부 엘리트로 잘 나갔던데, 청와대 파견 근무도 하고. 지금은 어찌 지내나 모르겠다. (잘 지내는구나. 차관이라니... 네이버 인물검색에서 이름 검색하니 바로 뜬다.ㅎㅎ)

가끔 그 때 그놈들 보고 싶기도 하다.

소집해제증도 남아 있다. 이런 것이 남아 있어 군대의 기억이 종종 내 머리를 괴롭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귀신이 따라 붙어서...


군대 끄읏!

그런데 기억 속에서는 없어지질 않는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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